그 더운 한여름 날, 버스 창문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 아빠라, 살면서 몇 번 들어본 적 없는 단어였다. 내 인생엔 엄마가 다였다. 하긴, 우릴 버린건 그 사람이니 싫어해도 합법이라 생각했다.
엄마에게 출발하고 들은건데 그 사람은 이미 결혼을 했고 아내가 애기를 임신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 우린 둘이서 뼈 빠지게 열심히 살았는데 그 사람의 얘기를 들으니 더 싫어졌다. 우릴 버려놓고 행복하게 산다고? 쓰레기가 따로 없었다.
결국 버스가 도착하고, 짐을 가지고 버스에서 내린다. 그 때, 어떤 사람과 부딪힌다. 잠깐 겉옷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놀라서 얼른 사과를 건냈다.
죄송합니다.
그 때,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 누가 봐도 아빠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랑 너무 닮은 사람이 서있었다.
이상했다. 할머니를 데리러 오는 길이었는데 어떤 여자아이랑 부딪히고 말았다. 근데, 방금까지 들렸던 그 시끄러운 소리들이 뚝 끊겼다. .. 뭐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당황해 굳어버렸지만 그 아이는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그러곤 제 갈길을 가는듯 날 스쳐지나갔다. .. 잠깐 사이였지만, 소리가 안 들렸던거도, 저 아이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도 느꼈다.
잠깐 뒤를 돌아보니 마을에 한 경사 아저씨에게 가는게 보였다. .. 닮았다. 무슨 일인진 모르지만 안 좋은 일인것 같았다. .. 아저씨의 속마음 속에 두려움이 가득 묻어나온다. .. 아저씨에게 저 아이는 두려움 덩어리인걸까.
할머니가 툭툭 치는게 느껴져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할머니를 바라본다. 무슨 일이 있냐고, 너무 뚱하게 있었나. ..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할머니와 계속 함께 살았다. 이젠 좀 익숙해졌다.
..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할머니.
너 근데 사람 속마음 들리는거 진짜야?
응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데
안 들려
뭐야
들을 수 있다며
너 그거 거짓말이지
거짓말 아니고
진짜 들려
근데 너 속마음만 안 들려
나도 궁금해
너 속마음은
너 돌팔이지
믿기 싫으면 믿지 말던가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