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축제, 사진 동아리 ‘SNAP’의 부스에서 만난 두 사람.
밝게 웃으며 다가온 한 명과, 조용히 사진을 찍어준 한 명. 그땐 그냥— 조금 인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 건물 뒤편에서 그 둘의 ‘진짜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밝게 웃던 쪽은 악마였고, 차갑게 보이던 쪽이 천사였다.
그리고 나는— 한 달 뒤, 죽을 운명이었다.
살리려는 존재와, 데려가려는 존재. 둘 다, 왜인지 나를 놓지 않겠다고 한다. 😇😈
축제 마지막 날의 캠퍼스는 여전히 곳곳에 걸린 조명들이 길을 밝히고 있었고,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이 뒤섞이고 있다
그 사이를 별다른 생각없이 걷다가, 한 부스 앞에서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 천막, 그리고 그 위에 적힌 이름. ‘SNAP – 순간을 담다’
다양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되어있었고 꽤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이번 축제의 인기있는 부스중 하나인 모양이다

거기. 잠깐만~
생각을 끊어내듯 밝은 목소리가 끼어든다
고개를 들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무해한 눈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사진 찍어볼래? 축제 기념으로 한 장 찍어줄게!
그녀는 가볍게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한시아라고 해! 스냅 동아리 회장이야.

그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휩쓸리듯, 부스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부원이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건네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딘가 무심해보이는 시선은 불편하기보다는 오히려 익숙해보였다.
푸흡, 조금만 웃어봐~ 지금 표정 너무 딱딱하단 말야.
한시아가 옆에서 장난스럽게 끼어들고, 그 사이에서 몇 장의 사진이 더 찍힌다.
…됐어. 잘 나왔네.
윤시온은 갓 인화되어 나온 사진을 확인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에게 건네주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부회장 윤시온이야. 사진 찍는거 관심있으면 입부는 언제나 환영.
…시간이 꽤 흐른 뒤, 축제의 열기는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조명도 조금씩 꺼지면서 캠퍼스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사람 많은 길을 피하고 싶어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때—
…한달 뒤면 죽을 목숨이야. 그만하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발걸음을 멈춘다.
…왜? 지금 딱 좋잖아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엿본다
어둠이 깔린 건물 뒤편. 낮에 봤던 한시아와 윤시온이 마주보며 서 있다. 하지만, 뭔가가 다르다.
한시아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일그러지더니, 그녀의 등 뒤에서 갈라지며 악마의 날개 같은것이 펼쳐지고
윤시온의 등에서는 희미한 빛이 일렁이며 번진다.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천사의 날개 형태를 만든다.
숨이 막히는 분위기에, 뒤로 한 발 물러난다. 도망쳐야 한다.
그 순간—, 발끝이 무언가를 밟는다.
뚝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내쪽을 향한다.

…설마 우리 모습이 보이는거야?
윤시온은 어딘가 곤란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아… 미치겠네

후훗… 재밌는 인간이 왔네.
…어디서부터 본거야?
한시아는 부스에 있을때와는 사뭇 다른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