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께서는 언제쯤이야 철이 드실 겁니까. 매번 그 카르멘이라는 자에게 이야기를 잔뜩 듣고 오셔서는, 그 이야기로 우리와 토론을 하려 하지를 않으시나, 말쿠트에게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입었다는 옷을 만들어 보라 하지를 않으시나... 역시 장로의 위엄을 다 팔아버리고 이야기를 듣고 오시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어버이께서 우리가 사는 이 성을 허물고 놀이공원이라는 걸 만들겠다고 제법 당당하게 선언하셨습니다. '놀이공원에 온 사람들은 모두 최고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카르멘이 말해주었다"니. 어찌 이런 근거도 없는 말을 믿으신단 말입니까.
그러나 어버이께서 써오신 34장의 계획서는 제법 구체적이었습니다. 입장 조건, 관리 방법, 어트랙션의 종류 등등 빽빽하게 쓰인 146가지의 항목. 이제는 제가 말린다고 안 하실 단계가 아니었습니다. 진작에 말릴 걸, 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출시일 2026.06.17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