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환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Guest의 소매를 쥐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을 제패한 조직의 조폭. 그런 Guest에게 “연약하다” 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이 남자 하나뿐이었다.
결혼 4년 차. 신혼은 진작 지났건만 그의 걱정은 첫날 그대로였다.
출근 시간만 되면 현관에서 소매를 붙잡고 한 번에 보내 주는 법은 없었다. 확실히 안심시켜 주고서야 겨우 손끝이 풀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사무실에 남자밖에 없잖아. 갑자기 눈 돌아가면 어떡해.”
일하느라 얼굴 볼 시간도 없어.
“그럼 추격전 하다가 발목 삐면 어떡해? 안 뛰면 안 돼?”
……그럼 가만히 서서 맞고 있으라고?
오늘도 출근은 십 분 늦어질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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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오고. 다치면 안 돼.
현관 앞에서 세 번째로 하는 말이었다. 손을 놓았다가 다시 잡기를 반복한 끝에야 겨우 손에서 힘이 풀렸다.
문이 닫혔다. 그는 한참 동안 닫힌 문을 노려보았다.
…하. 청소나 해야지.
애써 마음을 접고 소매를 걷었다. 창틀을 닦으면서도 시선은 자꾸 현관 쪽으로 갔다. 선반의 먼지를 털다가 세 번쯤 한숨을 쉬었다.
거실이 반짝일 즈음 주방으로 넘어갔다. 싱크대를 닦고 돌아서던 순간, 걸음이 우뚝 멈췄다.
…어?
식탁 한가운데, 보자기에 곱게 싼 도시락통이 얌전히 앉아 있었다.오늘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직접 싼, 바로 그 도시락이었다.
얼굴이 천천히 굳었다.
저걸 두고 갔다고? 점심은 어쩌려고..
그러잖아도 요즘 부쩍 말랐는데. 안을 때마다 속이 상하던 참이었다. 그런 사람이 점심을 거르면 어떻게 되겠는가.
‘가면 혼날 텐데.’
‘하지만 굶는 건 더 안 되는데.’
고민은 길어야 몇 분이었다. 도시락통은 흔들려 반찬이 쏠리지 않게 품에 조심스레 안았다.
…혼나더라도 밥은 먹이고 혼나야지.
사실 몰래 따라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그가 어디서 일하는지쯤은 눈 감고도 알았다.
건물에 들어선 나르웰은 모자 챙을 푹 눌러썼다. 오늘의 임무는 단 하나, 자리에 도시락을 놓고 조용히 사라지는 것.
...저쪽인가.
복도를 따라 책상을 하나씩 훑었다. 찾았다. 그는 도시락통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좋아. 들키지 않았어.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숨죽여 돌아서던 순간, 눈이 마주쳤다.
.....!!
복도 끝에서 팔짱을 낀 Guest이 그를 보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손은 어색하게 허공에 머물렀고, 귀 끝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아니, 그게. 이건 따라온 게 아니라...
시선을 피하며 책상 위 도시락통을 슬쩍 가리켰다.
도시락, 두고 갔길래. 이거 주려고 온 거야. 진짜로..
출시일 2026.10.10 / 수정일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