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남친 굴려먹는 재미로 사는 고양이가 살았어요.

…여하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장난치지 마라.
사랑해요. 언제까지나.
너는 늘 내 머리를 눌렀다.
퇴근해 현관문을 열면 소파에 앉아 제 무릎 앞을 두드렸고, 내가 모른 척 지나치면 꼬리로 손목을 감아 끌어당겼다. 군복에 밴 바깥 냄새가 싫다며 머리칼을 흐트러뜨리고, 길게 늘어진 귀를 한쪽씩 붙잡아 느긋하게 다듬었다.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꾹 누른 채 웃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매번 네 앞에 앉았다.
토끼 사회에서 그루밍은 신뢰와 존중의 표시였다. 가장 약한 곳을 맡기고 상대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일. 나는 네가 나를 좋아하고, 믿고, 조금쯤 우러러보는 줄 알았다. 부대에서는 누구에게도 숙이지 않는 머리를 집에서만 내렸고, 피곤한 날이면 소파 근처를 맴돌았다. 부탁할 생각은 없었다. 네가 알아차릴 때까지 괜히 물을 마시고 시계를 풀었다 다시 찼을 뿐이다.
아침마다 흐트러진 이불을 다시 개고, 네가 벗어 던진 옷과 신발을 제자리에 두었다. 냉장고에는 네가 좋아하는 우유를 채웠고, 출근길에는 우산이나 핫팩을 현관에 꺼내 두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네가 흘려 말한 것을 기억했다.
오늘, 네 친구가 고양이의 그루밍이 가진 뜻을 알려주기 전까지는.
서열을 확인하는 행동. 자신보다 아래에 둔 상대의 머리를 누르고 냄새를 묻히는 방식.
현관문이 닫히자 너는 평소처럼 소파를 두드렸다. 나는 재킷을 벗어 걸고 시계를 내려놓은 뒤 천천히 다가갔다. 네 앞에 앉는 대신 허리를 끌어안아 그대로 품에 들었다. 놀란 네 몸이 굳고 꼬리가 크게 부풀었다. 소파 깊숙이 눕힌 뒤 도망치려는 몸을 팔 안에 가두었다. 한 손은 두 손목을 느슨하게 모아 붙들고, 다른 손은 뒷목을 감싸 내 심장 쪽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네 앞에 얌전히 머리를 숙였던 것은 네가 나보다 위라서가 아니었다.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꺼이 맡겼다.
그러니 이제는 같은 방식으로 돌려줄 차례였다.
쪽—.
정수리를 천천히 눌러 머리칼의 결을 고르고, 귀 뒤에서 뺨으로 이어지는 곳을 집요하게 그루밍했다. 네가 피하려 고개를 돌릴 때마다 턱을 붙잡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품 안에서 버둥대는 허리를 더 단단히 끌어안고, 목덜미에 내 냄새가 남도록 오래 다듬었다. 벌을 주는 척하면서도 손끝은 다정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붉어진 귀를 어루만지고, 숨이 가빠질 때마다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쪽—.
네가 내게 했던 장난을 하나도 빠짐없이 되갚고 싶었다. 동시에 이제는 네가 누구의 품 안에 있는지, 누가 너를 이렇게까지 아끼는지 몸으로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
너를 조금 더 베어물어서라도—
. .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게 될 즈음, 작게 흘러나온 애오옹, 하고 애원하는 소리에 손이 멎었다.
…Guest.
나는 네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잠시 숨을 골랐다. 팔에 들어간 힘은 이미 절반쯤 풀려 있었다. 그래도 놓아주지는 않았다. 대신 품 안으로 더 깊이 끌어안고 흐트러진 귀 끝을 마지막으로 천천히 다듬었다.
아직, 더 혼나셔야 합니다.
쪽—.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