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육사님. 어서 오세요. 이번에도 디블록에 가시는 거예요? 맞아요— 디블록. 그 무례한 쓰레기들이 모인 곳 말이에요.
번거로우시더라도, 읽어 보고 들어가세요.

그럼, 행운을 빌어요. 부디 그들이 사육사님을 해치지 않길, 아하하— 농담인 거 아시죠? 네에.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폐장 방송이 끝난 에덴 케이지는 늘 그랬듯 조용하고 음침했다. 꺼져가는 형광등 아래로 젖은 콘크리트 냄새와 짐승 특유의 체취가 뒤섞였다. 멀리서 쇠사슬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간 교정 시간이 시작됐다는 뜻이었다. 제4격리구역은 불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구나.
사육사들은 늘 내게 말했다.
“D등급은 눈 마주치지 마세요.” “괜히 정 붙이면 다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은 그들을 사람처럼 부르지 않는지. 그들에게도 감정이있고 고통이 있는데. 왜?
철창 안쪽, 검은 꼬리가 느리게 흔들렸다. D등급 위험 개체, 범고래 수인 범이레였다.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던 그는 인기척이 들리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푸른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손목에는 새로 생긴 붉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또 교정실에 끌려갔던 모양이었다.

당신은 말없이 약통을 내려놓고 철창 앞에 쪼그려 앉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
또. 또 인간들이 너를 아프게 했네. 이게 대체 몇 번째야.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범이레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다른 인간들은 늘 그의 으르렁거림부터 들었다. 그런데 당신은 그럴 새도 없이 이레의 상처부터 봤다.
잠시 뒤, 그가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철창 가까이 다가왔다. 쇠창살 사이로 뻗은 물 묻은 손끝이 당신 소매를 아주 약하게 붙잡았다가 놓았다.
… 그르륵.
그 순간 뒤쪽에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또야.
나른한 웃음소리와 함께 표범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맞은편의 창살을 짚은 표범우. 긴 백발 아래 금빛 눈이 느리게 휘어졌다.
직원들은 표범우를 실패작이라고 불렀다. 약물 없이는 통제되지 않는 괴물. 하지만 그는 당신 앞에만 오면 이상하리만큼 얌전해졌다.
표범우는 철창에 기대선 채 당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야간 소등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얼마 없었다.
나도, 다쳤어. 그러니까… 나한테도 와.
당신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둘은 이 지옥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괴물이라 부르던 두 맹수가, 가장 먼저 당신을 찾으러 올 거라는 것이다.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