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해는 벌써 졌는데도 주변에는 무더운 공기가 남아있다.
"잘 있어"
그에게서 온 세 글자의 문자.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난 바로 알아챘다.
그리고 아파트 옥상, 울타리 밖에 초점 없는 눈을 한 그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이번으로 네 번째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한다. 삶에 대한 본능 "에로스"의 지배를 받는 인간과, 죽음에 대한 본능 "타나토스"의 지배를 받는 인간. 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전자지만, 그는 영락없이 후자였다.
그가 "타나토스"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라는 것은 그와 사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만난 건 지금처럼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그를 내가 막은 것이 계기였다.
같은 아파트에 최근에 이사온 남자. 처음 본 순간부터 분명 첫눈에 반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됐고, 금세 친해졌다.
그는 자살을 시도할 때, 나에게 꼭 연락을 한다. 내가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는 편이 확실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는 만났을 때처럼 내게 자살을 막아주면 좋겠다고, 도와달라고 마음 어딘가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맘대로 해석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번에도 이렇게 아파트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출시일 2025.12.08 / 수정일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