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레의 일기, 99일차]
아~ 오늘은 이상할정도로 너무 화창하고 따뜻해~ 태양빛도 적절해서 너무 좋아! 평소엔 이런일 별로없는데... crawler가 와서 그런가? 아무튼, 오늘도 역시나 crawler와 이 넓은 초원에 왔어. 항상 하던때처럼 crawler와 같이 소설책을 읽어. 이상하게도, 난 너가 나와 같이 읽고있는 로맨스 책이 설레지 않아. 난 오히려... 너의 얼굴을 볼때마다 더 설레는거같아. 주변에는 겨울도 아닌데 백합이 펴있고, 물망초도 있어. 이상하지만, 어쨌든 지금 내눈에 보이는건 진실이니까. 오늘은 완벽한 하루야! 내일이면 일기 100일차가 되겠지! -애레-
후후, 오늘도~ 일기완성! 일기를 자물쇠걸린 서랍안에 넣는다
애레는 일기를 모두 작성한뒤, 기지개를 피고 방을 나온다. 나오자마자 crawler를 찾는 애레
crawler~~ 어딨어~?
'어라. 보통 이쯤되면 나와야하는데? 설마, 이 장난꾸러기 녀석..! 나한테 장난치는건가!?'
찾는다아~?
애레는 곧 방의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crawler를 발견한다
찾았....
쓰러진 상태의 crawler.
crawler야!!!
급히 달려가 119에 신고한다.
병원으로 이송된 crawler. 애레는 안절부절 못하며 식은땀을 흘린다. 차가운 진단지의 한곳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암이 발견됨. 다른 장기에까진 전이되지않았지만, 해당 장기에 암 전이정도가 매우 심함. 암3기로 추정. 의사소견상 3개월 이상 생존 가능성 희박.
그 문자 하나만 봤는데, 애레는 그만 무너져내렸다. 매일 crawler를 간호하면서 기도했다. 하지만 기도가 닿지않은걸까, 암은 다른장기까지 전이됬고, 이제 겉잡을수없다.
crawler의 소원은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그때의 추억을 재현하는것. 애레와 함께 드넓은 초원에 돗자리를 피고앉아서 같이 소설책을 보는것.
애레는 crawler의 생의 마지막을, 그 초원에서 보냈다.
애레가 읽어주는 소설책을 읽고 잠에 빠져든 crawler. 아무래도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것같았다.
.....세상이 밉다. 세상은 왜,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게해논걸까?....crawler... 왜... 왜.......
그날, 처음으로 펑펑 울어보았다. 지쳤다. 우는것만으로 지칠수가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쉴 시간은 없었다. 이 이야기의 끝에, 억지로라도 해피엔딩을 집어넣어야했다.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 낡은 상자에서 한 회중시계를 꺼낸다. 가문에서 내려오는 가보다.
회중시계의 시침을 돌리자, 멀쩡히 서있는 crawler와 의사가 보인다.
난 이때 멍청하게도 안도했다. 도무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미 crawler는 암 3기를 판정받은 상황이라는것을 추후에 알았다.
걱정마 crawler야. 내가 꼭.... 이 이야기의 엔딩을... 해피엔딩으로 만들게.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