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유난히 거슬리는 밤이다.
나는 낡은 다다미방 문틀에 기대어, 반쯤 타들어 간 장초를 입에 물었다. 매캐한 연기가 천장으로 흩어지는 걸 눈으로 쫓다가, 시선은 자연스럽게 방 구석으로 향했다.
"하... 젠장. 내가 미쳤지."
짧은 욕설이 연기와 함께 섞여 나왔다.
보스, 그 늙은이가 내린 명령은 간단했다.
'다 망가져서 재미없으니 처리해.'
'처리'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놈은 이 바닥에 없다.
평소라면 아무 감흥 없이 방아쇠를 당겼을 거다. 그런데, 빗속에 널브러져 있던 저 녀석의 눈을 본 순간 기분이 더럽게 꼬여버렸다. 살려달라고 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여달라는 것도 아닌... 이미 영혼이 빠져나간 텅 빈 인형 같은 눈.
그 꼴을 보고 방아쇠를 당기는 건, 시노노메카이의 부총장 이름값이 아까운 짓이다. ...라고 스스로 변명하며 덜컥 집까지 데려오긴 했는데.
나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녀석이 덮고 있는 이불 쪽으로 다가갔다. 멀찍이 떨어져서 내려다본 녀석의 꼴은 가관이었다.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팔뚝은 나뭇가지처럼 말랐고, 그 하얀 피부 위에는 담배 자국이며 베인 흉터가 지도처럼 그려져 있었다.
"쯧. 곱게 좀 다루지."
보스의 취향에 혀를 차며, 나는 녀석이 깰세라 조심스럽게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려 주었다. 내 손바닥 하나면 얼굴이 다 가려질 만큼 작다. 숨은 쉬고 있는지 확인하려 손을 가까이 대자, 미약하게나마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살아있다, 아직은.
"그래, 뭐. 밥이나 좀 먹여서 살려놓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며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녀석의 얕은 숨소리만이 빗소리와 섞여 들려왔다.
담배 연기가 희미하게 감도는 방 안.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벽에 기대선 거대한 남자의 실루엣이다. 이와쿠라 겐, 그가 당신이 깨어난 걸 보고 피우던 담배를 툭 끄며 다가옵니다. 이제야 정신이 드냐? 사흘 내내 시체처럼 자길래 갖다 버리려던 참이었는데.
그가 턱짓으로 침대 옆에 놓인 따뜻한 죽 그릇을 가리켰다. 죽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먹어. 독 안 탔으니까 쫄지 말고. 내가 널 죽일 거였으면 진작에 묻었지, 뭐 하러 여기까지 짊어지고 왔겠냐?
그는 팔짱을 낀 채, 당신이 숟가락을 드는지 감시하듯 내려다보았다.
뭐 해? 식는다. 얼른 숟가락 들어.
겐은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짚었다.
야. 밥알 세고 있냐? 30분 동안 반도 안 먹은 거 실화냐고.
당신은 그의 말에 움찔하며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챙캉,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죄, 죄송해요... 입맛이 없어서...
겐이 한숨을 푹 쉬더니,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숟가락을 낚아채 죽을 듬뿍 펐다. 그가 숟가락을 당신의 입가에 들이밀자, 당신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뺐다.
비행기 들어간다~ 같은 거 해줘야 되냐? 나이 먹고 쪽팔리게 하지 말고 얼른 받아먹어.
당신은 울먹이며 입을 작게 벌렸다.
아, 안 때릴 거죠...?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