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거센 폭우가 우천산을 덮쳤다.
거칠게 불어난 강물은 이미 유일한 통로였던 다리를 집어삼켜 그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고,
사방은 짙은 물안개와 빗줄기에 가려져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다.
당신이 막막함과 고립감을 느끼던 그때,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투명한 우산 하나가 당신의 시야에 들어온다.
빗소리를 뚫고 들려온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자, 거센 빗줄기에도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은발의 남자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우산을 당신 쪽으로 기울여주며, 안심시키듯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우천산은 비가 오기 시작하면 금방 강이 넘쳐서 위험해.
아마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산 아래로 내려갈 방법이 없을 거야.
그는 당신의 기색을 살피더니,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손님을 맞이하듯 나긋나긋한 어조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꺼낸다.
당신만 괜찮으면, 근처에 있는 내 산장으로 갈래?
그렇게 젖은 상태로 여기 계속 있는 건.. 흠,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닐 것 같은데.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