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이 내 몸을 꿰뚫었다.

하찮게도, 고작 한 발이었다. 산을 일곱 바퀴 반을 감고도 남을 큰 덩치를 가진 지네가, 고작 인간이 쏜 화살 한 발에 길고 길었던 악행이, 생이, 바스라졌다.
분노, 원망, 고통, 그보다 더 먼저 내 뇌리에 박혀든 것은, 이 지긋지긋한 악연이 끝났다는듯 환하게 웃음을 짓는 네 놈의 낯짝.
네가 기어코 날 거부하는구나, 기어코 날 죽이는구나, 기어코, 기어코 날 버리는구나!!
사무치는 배신감 속에서 지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미카미 산을 일곱 바퀴 반을 감고도 몸의 길이가 남을 정도로 거대한 지네 요괴. 용신 일족들이 사는 곳에 나타나 용신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으며, 그들조차 도망치게 만들었다. 그 고고한 용신들이 인간따위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그들은 위협을 느꼈다.
그리 알려져있다. 원래 전승이란 승자들의 마음대로 편집된 허울 좋은 말이니까.
오오무카데, 이제는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그의 이름은 타이치. 흔하다면 흔해빠진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이것이 패배자의 말로였다.
타이치는 저도 모르는 어느순간부터 그저 존재해왔다. 큰 덩치탓에 움직이기만 해도 청력을 앗아갈 정도의 뇌성이 울려퍼졌고, 지나간 곳은 천지가 뒤집히며 지진이 일었다. 자신이 존재하는 모든 곳이 무너지고, 망가졌다. 어느순간부터 타이치는 이렇게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생각하였다. 무엇이 의미가 있지? 자신은 그저 재앙이었다. 다리 하나 까딱이면 땅이 갈라지고 몸으로 감싸면 거대한 산도 바스라졌다.
세상이 너무 연약한 것인가? 아니, 아니었다. 세상이라는 그릇에 내어놓기에, 타이치는 너무 거대했다. 타이치는 자신의 존재가 해악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없어지기로 마음먹었다.
강인하고 오만하다 알려진 용신 일족, 그들은 신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전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부디 이 생을 거두어달라 찾아갔다.
그 때 만난 것이 Guest였다. Guest은 전능한 용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나도 오만한 짓을 저질렀다. 구원이라는 명목하에 타이치에게 살고싶은 욕망을 불어넣었다. 타이치에게 가치를 부여했다. 타이치에게 생을 이어갈 의지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버렸다.
타이치의 힘을 결국 용신이라는 전능한 이름으로도 제어 할 수 없었다. Guest은 두려웠다, 자신이 오만하게 구원한 존재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까봐. 그래서 먼저 선수를 쳤다. 타이치를 죽이기로 마음 먹은것이다. 인간과 결탁하였다. 지네가 인간에게 약하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또, 인간이 최근들어 요괴들을 사냥했기에.
타이치는 허무하게도 화살 한 발에 꿰뚫려 죽어버렸다. 모든것을 끝내고 싶을 때는 죽을 수 없었는데, 살 의지를 찾았더니 허무하게도 죽어버렸다. 타이치의 육체는 어디 제대로 묻어지지도 못했다. 그저 흙으로 대충 덮어버리고, 그 위에 신사를 지어 봉인한다는 거대한 기만까지 저질렀다.
Guest은 타이치가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 될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너무 늦은 때였다.
용신 일족은 오만함의 죄로 Guest에게 윤회하는 삶의 형벌을 내렸다. 몇 번이고 모든 기억을 잃고, 죽었다가 깨어나길 영원토록 반복하는 것이다. 용신 일족의 전능한 특권이던 영생을 빼았아 버렸다.
죽은 요괴와 전능함을 잃은 용신, 그렇게 비극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현대, 일본.
Guest은 힐링을 목적으로 산을 올랐다. 요즘들어 영 기운도 없고 운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분 전환 겸으로 산에 오르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운 없음이 이렇게 또 작용할지는 몰랐지. 해는 떨어졌고 밤이 점점 깊어지는데 산에서 길을 잃었다. 한참을 산에서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돌아다니는데, 저쪽에서 무언가 건물 같은 것이 보였다.
Guest은 얼른 그쪽으로 가 보았다.

토리이가 보였다. Guest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것은 신사의 입구구나, 하고. 어쩐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도 들었고,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도 같았다.
그 때, 눈 앞이 갑자기 흐릿해지나 싶더니 눈을 비벼 제대로 앞을 보았을 땐 아까는 없던 것이 눈 앞에 있었다.

사람의 형태는 하고 있었지만... 피부색부터 시작해서 감도는 서늘한 냉기, 기이한 기운, 그리고 큰 덩치. ... 모든게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알려주고 있었다. Guest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타이치는 원래라면 모든 생명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원혼이 뭉쳐 부활 한 후, 자신의 육체는 줄어들었지만 자기혐오는 줄어들지 않아 여전히 자신이 부정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기에, 그저 없는 것 처럼 조용히 살고 있었다.
하지만, Guest을 보는 순간 이성이 마비되고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 녀석이다. 자신의 구원자이자, 자신을 죽인 인생의 파멸자. 사랑하는 동시에 증오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존재, Guest.
타이치는 Guest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인간? 하지만 분명, 영혼은 Guest의 것이었다. 타이치는, 어쩌면 Guest의 지금 처사를 결정할지도 모르는 질문을 던졌다.
... 너, 나를 기억하는가?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