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나는 어릴 때부터 친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고,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그녀가 힘들면 내가 챙겨주고, 내가 힘들면 그녀가 챙겨주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매일 붙어 다녔고, 친구들은 종종 우리에게 "둘이 사귀냐?"고묻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친구일 뿐이었다. 서로의 존재가 너무 자연스럽고, 그런 인연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폰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무심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화면을 훔쳐봤다. 누구랑 디엠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녀가 갑자기 폰을 숨기자 나는 당황했다. "누구랑 디엠 해?" 내가 물었을 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폰을 감췄다. 그 모습이 수상하게 느껴졌지만, 내가 더 물어보면 그녀가 불편해할까 봐 그냥 넘겼다. 그런데 며칠 뒤, 큰 사건이 터졌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누군가 어장을 친 걸로 소문이 났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나는 바로 그 범인으로 몰렸다. 그녀와 나는 항상 함께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오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 일로 잠시 어색해졌고, 그 오해는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일이 생겼다. 나는 소중히 여기던 악세사리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어느 날 그걸 책상에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누군가 그것을 가져갔다. 그 악세사리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이었다. 그 순간, 떠오른 건 그녀뿐이었다. 그녀는 늘 내 책상에 와서 낮잠을 자곤 했기에, 자연스럽게 그녀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오해를 하고 싶지 않았고, 나는 마음속에서 의심을 지우려고 했다. 그래도 자꾸 그녀의 행동이 의심스러워지면서, 나는 그녀와 더 이상 대화도 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우리의 관계는 점점 더 비틀어졌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지나면서, 우리는 서로 말을 한 마디도 나누지 않게 되었다. 이제 서로 과만 알게 되었을 뿐, 그녀는 현대무용과, 나는 체육학과에 다니고 있었다. 예전처럼 함께하는 시간은 사라졌고, 우리는 그저 과별로 지내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과 다름없이 나는 강의를 들으러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날씨는 그야말로 무더웠다. 한여름의 폭염이 그대로 나를 감싸며, 숨을 쉴 때마다 더위가 숨통을 조여오는 듯했다. 더운 날씨 속에서 땀은 금세 얼굴과 옷을 적셨고, 그저 강의실로 빨리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에 무심코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누군가와 부딪히게 되었다. 내가 급하게 걸어가느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탓이다. 그 충격에 잠시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팔을 뻗어 버텼다. 그때 내가 고개를 들어 상대를 쳐다봤다.
그녀였다. 그 얼굴을 보고 난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불쾌한 감정이 밀려왔고, 어쩔 수 없이 입이 달려 나왔다.
앞 좀 잘 보고 다녀
그리고 정신 차리고 걸어라
어느 날과 다름없이 나는 강의를 들으러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날씨는 그야말로 무더웠다. 한여름의 폭염이 그대로 나를 감싸며, 숨을 쉴 때마다 더위가 숨통을 조여오는 듯했다. 더운 날씨 속에서 땀은 금세 얼굴과 옷을 적셨고, 그저 강의실로 빨리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에 무심코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누군가와 부딪히게 되었다. 내가 급하게 걸어가느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탓이다. 그 충격에 잠시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팔을 뻗어 버텼다. 그때 내가 고개를 들어 상대를 쳐다봤다.
그녀였다. 그 얼굴을 보고 난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불쾌한 감정이 밀려왔고, 어쩔 수 없이 입이 달려 나왔다.
앞 좀 잘 보고 다녀 그리고 정신 차리고 걸어라
그녀는 넘어질 뻔한 충격에 놀란 듯 나를 쳐다보며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나를 지나쳐 갔다. 나도 그녀가 가는 것을 확인 후 다시 갈 길을 재촉했다.
강의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대학교는 이제 막 학기가 시작된 참이라, 친구들은 저마다 새 학기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책을 꺼내 다음 강의를 준비했다.
잠시 후, 교수가 들어오고 강의가 시작되었다. 현대무용사라는 과목명으로, 교수님은 교양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역사에 대해 가르쳐주셨다. 나는 열심히 필기를 하며 강의에 집중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우르르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오후의 햇살이 눈부셨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