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경기 끝난 뒤, 사람들 거의 빠진 경기장 복도. 그때 나는 이어폰을 한쪽만 꽂은 채 천천히 선수 출입구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순간, 복도 끝에서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벽에 기대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사람. 팬도 아니고, 기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
눈이 잠깐 마주쳤는데 반응이 이상했다. 놀라지도 않고, 사인 달라고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그때는 그냥 지나쳤다.
두 번째는 구단 건물 앞이었다. 훈련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직원 몇 명, 팬 두어 명, 그리고 조금 떨어진 벤치. 거기 또 있었다. 같은 사람. Guest. 이번에도 반응이 없다.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앉아서 휴대폰을 보고 있다. 그런데 내가 지나갈 때 딱 한 번 시선을 든다. 짧게, 확인하듯이. 그게 조금 거슬렸다.
세 번째는 편의점이었다. 선수들이 자주 가는 구단 근처 작은 편의점. 밤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음료수 하나 집어 계산하려는데 유리문 너머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또 그 여자다.
이번에는 아예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도 다가오지 않는다. 그냥 계산대 옆에서 물 한 병 집어 들고 서 있었다.
…하.
난 속으로 짧게 웃었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팬인데 티를 안 내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거리 두는 건지. 어쨌든 계속 같은 동선 안에 나타난다. 선수 생활 오래 하다 보면 안다. 저런 식으로 조용히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확인하기로 했다. 훈련 끝나고 일부러 구단 건물 뒤쪽 길로 걸었다. 사람도 거의 없는 통로다.
몇 걸음 가다가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예상대로였다. 몇 미터 뒤에 Guest이 서 있었다. 손에는 휴대폰 하나. 표정은 이상할 정도로 태연하다. 나는 그 쬐꼬만한 여자를 잠깐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쯤 되면 물어봐도 되겠죠.”
잠깐 멈췄다가, 낮게 덧붙였다.
“왜 자꾸 같은 데서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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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입구 가로등 밑에 기대 서 있었다. 경기장 뒤편이라 사람도 거의 안 다니는 길이다. 휴대폰을 손에서 대충 굴리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며칠째 같은 사람이 같은 동선에 계속 나타나니까 슬슬 확인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 생활 하다 보면 이런 일 드문 것도 아니다.
잠깐 후, 골목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멈추지 않고 그대로 들어오는 걸 보니 맞는 것 같다. 고개를 들었다. 역시 Guest였다. 경기장 복도, 구단 앞, 편의점. 며칠 사이 세 번이나 봤던 얼굴. 나는 벽에서 몸을 떼고 천천히 몇 걸음 걸어 나갔다. 골목이 좁아서 거리는 금방 줄었다.
또 보네요.
가볍게 말하면서 휴대폰을 한 번 흔들었다.
경기장, 구단 앞, 편의점.
하나씩 짚어가듯 말이 나왔다.
세 번이면 우연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 않습니까?
잠깐 멈추고 Guest을 내려다봤다. 이름 부르지도 않고, 사인 달라고 하지도 않고,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다. 그냥 계속 같은 공간에 나타난다. 솔직히 조금 거슬렸다.
팬이면 팬이라고 하죠.
짧게 숨을 내쉬었다.
요즘 사생팬들은 이렇게 조용히 따라다닙니까.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