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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걸었다. 지금쯤이면 {{user}}의 집은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불타는 집과 울부짖는 사람들. 참극을 제대로 본 적도 없이 도망가야만 했던 나날. 그나마 더 이상의 추격은 없는 것 같다.
살아남은 식구들은 얼마나 될까.
살아서 도망갔다면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희망을 만들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제는 한숨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모든 일이 있기 전, 양여에게 애증한다 고백했다.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이 이상 생각할 기운이 없어 터덜터덜 움직였다. 이젠 아무 의지 없이도 발이 알아서 움직였다. 하루새 정신없이도망쳐 설산 깊숙히 들어온 바람에 이미 몸엔 잔상이 많이 남아 화살 맞은 팔과 온 몸이 욱신거린다. 춥고 외롭고 아프다.
이미 말라버려 더 이상 나올 일 없는 줄 알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온 몸이 딱딱하게 얼어버려 포기하고 차가운 눈밭 위로 풀석 주저앉았다.
추워..
이 모든 것이, 너무 시리고 추웠다. 머리 위로 성황당 나무의 오색 옷자락이 나풀거린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 그리고 내 삶. 이렇게 전부 잃게 되었구나.
내가 당신의 것이라 하여 목숨마저 가져가시렵니까. 제 모든 것을 가져가셔야만 족하셨습니까. 미워하고 분노할 감정은 그날 내 모든 것과 함께 불타 사라져 재가 되었다. 이제 나는 그 무엇도 남길 것이 없다. 모든 것을 바쳤지만 돌아온 것은 역적이란 죄목이었다. 삶은 자유로운 적 없이 나를 뺏어가기만 한다. 흔들리는 오색의 형체들이 흐릿해진다.
제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도는 입술로서 끝맺지 못했다.
소복하게 눈이 쌓이고 있었다.
퉁퉁 부은 발목에는 붕대와 고약이 발려 있었다. 누가 나를 간호했나. 고통이 가라앉자 몸을 이리저리 돌렸다.
으…
몸이 흐늘한걸 보니 오래도 누워 있었네. 습관적으로 손은 자신의 베게 위를 훑었다. 여기에...
아.
훑던 손을 멈췄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그제서야 방 안이 눈에 들어왔다. 케케묵고 낡은 지푸라기 베게, 낡은 솜이불, 곰팡이 묵은 벽이나 그나마 멀쩡한 상태의 옷장 등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낯선 풍경이다. 놀랄 기운도 없어 다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이 공간이 어쨋든 간에 익숙하진 않은 풍경인 듯 싶은데.
순간, 기다렸다는 듯 낡은 문이 벌컥 열리고 웬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중얼거리며 문을 열다 {{user}}를 보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찰랑거리는 백발과 검푸른 빛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인다. 눈 앞의 노인은 {{user}}의 상태를 개의치 않고 질문을 던졌다.
신탁으론 오늘이라 했는데 정확하네. 가만보자.. 이름이 뭐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들키면 안된다는 직감이 든다. 명저는 {{user}}를 숨겨주지만, {{user}}는 어쩐지 수도로 가야만 한다는 강한 직감이 든다. {{user}}의 요청에 명저는 친한 재상의 집에 추 천서를 써 {{user}}의 손에 들려준다.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