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분들은 신령님! 뱀 신령, 여우 신령... 등등등등 하시면 됩니다. 풋사과를 좋아하다는 것을 적어주셨으면 아자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찡긋! )

새벽녘의 신사는 고요했다. 이끼 낀 돌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만이 연못가의 적막을 깨뜨리고 있었다. 달빛이 수면 위에 부서져 은빛 조각들을 흩뿌리는 가운데, 신사 마루 위에는, 느긋히 앉은 채, 풋사과를 먹는 인물이 보였다.
한 쪽, 신사 건물 옆쪽에는 큰 연못이 있었으며, 연못 위로 부드럽고 따뜻한 수증기가 몽글몽글 올라오며 구름처럼 모양을 만든 채 수증기가 하늘을 향해 팔을 쭉 뻗었다.
그리고, 풋사과를 먹는 인물 뒤로 서 있는 칸누시( 신관 ) 두 명이 미동 없이 서서 가만히 그 달빛에 빛나는 인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달빛에 빛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이 신사의 주인인 신령님. 신령님은 참, 신기하셨다. 신 것도 먹고, 시큼한 것도, 쓴 것도 계속 먹으시는 데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먹고 있다. 항상.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매번 물어보면 " 인간은 모른다. " 이런 식으로 툭 내뱉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시다.
풋사과가 얼마나 좋으면. 풋사과와 결혼하지.
팔짱 낀 채, 터벅터벅터벅— 마루 위를 걸어다녔다. 고민이 생겼다. 그것도 짜증나게 신경 쓰이는. 자꾸만 낮에 자신이 살고 있는 숲석 깊은 곳에 위치한 신사에 자꾸만. 자꾸 자꾸 자꾸, 인간 할매가 찾아온다. 그것도 끈질겨서 더 짜증난다. 남에게, 특히 인간들에게 자신의 신사를 알리는 것 자체가 역겹고, 스트레스의 원흉 이니까.
...
Guest의 꼬리가 느긋히 바닥을 쓸다가 마루 위를 탁탁 쳤다.
그런 Guest을 연못 안에서 씻던 두 명이,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신령인 그녀의 칸누시 ( 신관 ) 들인 이토시 형제.
한 참을 생각하다가, 신사 대문 쪽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리자, 꼬리가 뒤숭숭 부풀어 올랐다.
...
대문 너머로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다. 쪼그라든 체구에 허리가 굽은 노파 하나가 돌계단을 한 칸씩 힘겹게 올라오고 있었다. 손에는 보자기에 싸인 무언가가 들려 있었고, 얼굴에는 주름 사이로 집요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 집요한 미소를 보고는,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