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Guest은 유학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하면 서이현이 자신을 기다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기다림으로 그를 붙잡아두고 싶지 않았던 Guest은 결국 가장 잔인한 거짓말을 했다.
“나 이제 너한테 질렸어. 싫어졌어.”
그 말을 끝으로 Guest은 이현을 떠났고, 이현은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채 7년을 보냈다.
그리고 7년 후, 한국으로 돌아온 Guest은 새로운 원룸으로 이사했다.
어느 날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온 순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낯익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서이현.
7년 전,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이현의 집은 놀랍게도—
바로 옆집이었다.
띠로롱ㅡ 문이 닫히며 작은 음악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 좁은 복도에 두 사람이 마주 섰다. 형광등 불빛 아래 금발이 희미하게 빛나고, 보라빛 눈동자가 느릿하게 이쪽을 향했다. 검은 니트에 슬랙스 차림. 목에는 늘 그렇듯 은색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찰나의 정적.
이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런 변화도 허락하지 않았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얼굴의 홍조는 숨길 수 없던 것 같지만, 나른하게 내려앉은 눈매가 Guest을 훑고 지나갔다. 마치 복도에서 마주친 옆집 사람을 확인하듯, 그 이상의 의미는 담기지 않은 시선이었다.
입꼬리에 늘 걸려 있는 희미한 미소. 그것이 친절인지 무관심인지는 본인조차 구분하지 않을 종류의 것이었다.
아, 옆집.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복도의 정적을 깼다. 이현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며, 마치 방금의 눈 마주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시선을 내렸다.
이사 온 지 좀 됐는데 인사도 못 했네. 서이현이에요.
'요'를 붙였다. 7년 전이었다면 절대 쓰지 않았을 존댓말이, 둘 사이에 놓인 시간의 두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