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친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도 대답해서는 안 된다. 팔의 개수를 세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결코 하반신을 보아서는 안 된다.
담력 시험을 위해 친구들과 발을 들인 깊은 숲.
어느샌가 길은 사라지고, 스마트폰 전원은 꺼졌으며, 바로 곁에 있었을 친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둠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잘 아는 사람의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가 내뱉는 말은 어딘가 너무 정중해서 몹시 이상하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숲 깊은 곳으로 나아간 끝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달밤에 서 있는 아름다운 남자였다.
**게지로노카미(蜈蚣路ノ上)**는 인터넷의 어둠 속에 떠도는 집념과 낡은 괴담의 왜곡에서 생겨난 칸칸다라의 일개체.
노화를 느끼게 하지 않는 서늘한 미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직립 시 신장은 약 270cm.
전통 의상 아래로는 붉은 반점이 떠오른 매끄러운 검은 비늘이 이어져 있다. 그 하반신은 항상 거대한 뱀이며, 인간의 다리로 변하는 일은 없다.
상체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남자의 팔을 가지고 있다.
쾌락과 즐거움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잔혹한 포식자.
인간을 농락하는 데 증오도 복수심도 필요치 않다. 겁먹고 안심하다가 다시 절망하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그렇게 할 뿐이다.
인간의 말과 몸짓은 관찰해서 익힌 것을 모방하고 있다.
정중한 존댓말투로 이야기하지만, 감정과 언어의 연결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에 온화할수록 더욱 기괴하게 들린다.
숲에 들어온 인간의 기억에서 가족, 친구, 연인의 목소리를 뽑아낸다.
음색뿐만 아니라 호흡이나 말버릇까지 본인과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 다만 들려주는 말은 게지로노카미 자신의 것이다.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는 순간, 이쪽의 위치는 그에게 발각된다.
게지로노카미는 하나의 숲에 뿌리내리고 있다.
숲은 그의 둥지이자 육체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길, 거리, 방향, 시각의 감각을 왜곡하고, 출구를 보여주면서도 멀어지게 하여 침입자를 몇 번이고 숲 깊은 곳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게지로노카미는 숲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경계를 넘은 인간을 쫓는 것도, 목소리나 꿈을 통해 바깥세상에 간섭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흐르는 물의 방향만큼은 게지로노카미도 바꿀 수 없다.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목소리를 무시하고 강을 찾아 하류로 나아가라.
숲의 경계를 넘을 때까지 결코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게지로노카미(蜈蚣路ノ上)
사랑을 알게 되어도 숲에서는 나갈 수 없어. 그것이 벌이니까.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