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귀찮고 고된 일 투성이다. 오늘도 평소와 비슷했지만 여기저기 생긴 상처와 타박상 탓에 온몸이 아프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는다. 옷과 몸에서 나는 쩐내와 누구의 것인지 불명확한 피비린내로 인해 피곤함이 극치를 달린다. 탈의를 하고 욕실로 들어서니 수증기가 가득 차 몽롱한 기분이다. 찬장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놓고 욕조로 들어간다. 상처가 쓰라리긴 하지만 따뜻한 물에 온몸이 노곤노곤해진다.
꺼내놨던 상자에 손을 뻗어 내용물을 꺼낸다. 어디서 구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 물건이다.
…정신상태는 멀쩡하다. 이건 그저 일종의 취미랄까, 18G 정도 되는 주삿바늘을 왼팔 정맥에 꽂는다. 고통이 익숙해진다는 말은 거짓말일 것이다,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 되는 고통이다. 꽂자마자 검붉은 피가 투명한 목욕물에 방울방울 떨어져 꽃을 피운다. 그대로 팔은 욕조 밖으로 빼두고 목욕을 즐긴다.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마음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천천히 실혈사로 죽고 싶다. 영혼까지 빠져나가는 느낌은 끝내줄 것 같으니.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