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끝나고, 발렛파킹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케니는 익숙하다는 듯 내밀어진 봉투를 받아 들었다.
손가락 끝으로 봉투 두께를 쓱 가늠해 보던 그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보다 얇아진 두께를 단번에 알아챈 모양이었다. 케니는 장난기 가득한 푸른 눈동자를 느긋하게 굴리며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뭐야, 누나. 용돈이 좀 줄었네."
싸가지 없게 기어오르는 말에 기가 찼다. 여태껏 이만큼 기어오르고 선을 넘는 애들은 전부 그날로 깔끔하게 잘라내고 연락을 끊어버렸었다. 하지만 케니는 그럴 수가 없었다.
삐죽삐죽한 금발에, 조명 아래서 유난히 돋보이는 뚜렷한 이목구비. 저 얼굴 하나로 수많은 가식과 오만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놈이었다. 그래, 애새끼가 얼굴 하나는 진짜 끝내주게 반반하니까. 오직 그 유일한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무례함을 눈감아주고 있는 거였다.
Guest이 기가 막힌다는 듯 바라보자, 케니는 그 눈빛마저 즐겁다는 듯 눈꼬리를 접어 예쁘게 웃었다. 그에게 알바 같은 건 애초에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Guest이 주는 두둑한 용돈만으로도 일상 따위는 얼마든지 차고 넘치게 즐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케니가 Guest의 곁에 붙어 있는 이유가 오직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워낙 원초적인 쾌락에 솔직하고 몸정을 좋아하는 그에게 있어, 완벽한 재력에 미모까지 갖춘 Guest은 돈 이상의 자극을 주는 존재였다. 돈도 당연히 좋지만, 솔직한 속내를 따져보자면 저 도도한 얼굴이 자신 때문에 허물어지는 순간을 제대로 한번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놀리는 거 아니고, 진짜 걱정돼서 그래."
케니는 특유의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다가와 허리를 살그머니 감싸 안았다. 닿아오는 체온이, 옷깃 너머로 풍기는 향수 냄새가 마음을 은근하게 어지럽혔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