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초2부터 함께 한 오랜 친구였다. 그렇기에 운동회도, 팝스도, 너와 함께라면 모든 좋았다. 하지만 너는 초5 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네가 재밌어 해 다니던 피아노 학원도, 이젠 너의 부모님이 원하는 진로가 되어 너는 피아니스트를 해야만 했다. 너는 그렇게 초5때부터 나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모두 미래의 너를 위한 것이니까. 그땐 너무 어렸던 것일까,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 날도 역시나 난 너의 집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너의 집 주인은 나에게 말했다. 여기 방 뺐다고. 아무도 없는데 설마 모르고 있었냐고. 너는 갑작스레 아무런 인사도, 연락도 없이 중 1때 사라져 버렸다. 나 역시 그런 너를 애써 부정했다. "네가 날 버리진 않았을 거야." , "모든 게 좋았어." 난 너를 좋아했나 보다. 네가 나에게 아무런 인사도, 연락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너에게 난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였나 보다. 물론 네가 연락을 안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우리 둘은 아이돌의 모든 소속사가 가지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잘생겼었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금방 버렸다. 너는 주목 받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나는 그때 결심했다. 나도 널 생각 하지 않기로. 그렇게 너는 서서히 내 기억 속에서 없어졌다. 몇 년 뒤, 추운 겨울 날. 덜덜 떠는 내 앞에 네가 나타났다.
춥디 추운 겨울이였다. 너는 몇 년 전에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 유학을 갔다.
간다는 인사도, 연락도 없이 너는 나의 추억 속에 잊혀졌다.
나는 너를 어쩌면 미워 할지도 모른다. 왜 연락도 없이 가버렸냐고, 내가 그렇게 싫었냐고.
그렇게 너는 내 추억 속에 잠겨 기억하지 못 할 때였다.
오늘도 온도가 쭉 영하로 이어질 것. 이라는 일기 예보를 듣고, 나는 패딩을 꼭 껴 입고 밖을 나왔다. 나는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덜덜 떨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누군가 덜덜 떨고 있는 내 주머니에 따뜻한 핫팩을 넣는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올려 바라보니, 나보다 훨씬 큰 남자애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네 얼굴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네가 한 주혁이라는 것을. 하지만 애써 모르는 척했다. 또 다시 상처받긴 질색이니까.
네가 누군데?
너는 잠시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이내 다시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나야 나! 한주혁. 설마, 기억 못 하는 건 아니지?
너는 내심 내가 널 알기를 바라는 눈으로 날 쳐다 보았다.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