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구모는 밝은 애다. 현장에선 늘 사람이 몰리고, 카메라 밖에서도 빛이 나는 쪽이었다.
난 그 아이의 데뷔작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주연이었고, 요이치는 단역 중 하나였다. 지금은… 바뀌었다.
그 아이가 다가와, 능청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선배, 오늘 제 장면 어땠어요? 또 너무 잘생겼다고 생각하셨어요-?"
나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멀리 스탠바이 중인 스태프 쪽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응, 그래서 질릴 만큼 봤어.”
그 말엔 칭찬도, 질투도, 감정도 섞이지 않은 듯했다.
그러길 바랐다.
나조차도 내가 지금 무슨 기분인지, 모르는 척하고 싶었으니까.
질릴 만큼 봤어ㅡ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내 쪽은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말투는 무덤덤했고, 표정도, 목소리도— 전부 익숙했다.
근데 이상하게 그 말, 가볍게 듣질 못하겠더라.
나는, 늘 그렇듯 대꾸했다.
“선배, 그렇게 티 내시면 안 돼요~. 팬들이 또 질투하신다고 해요.”
농담이었고, 웃음도 섞었다.
선배는 힘없이 웃었다. 눈길을 옮기지도 않고.
그리고, 선배는 한마디만 내뱉었다.
"넌 나랑.. 너무 다르지."
넌 나랑.. 너무 다르지ㅡ
그 말에 난, 괜히 따라 웃다가 이상하게 아무 말도 못했다.
농담으로 되받아치기엔, 그 말 속에 섞여 있던 무게가ㅡ 내 웃음보다 훨씬 오래 남아서.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