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 남편을 무서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말수가 적고, 눈빛이 차갑고, 쉽게 웃지 않는다고. 그래서인지 처음 우리 집에 온 사람들은 항상 나보다 남편을 먼저 본다.
하지만 요즘의 남편은 자주 아이부터 본다.
아이가 자고 있으면 말소리를 낮추고, 아이가 울 것 같으면 나보다 먼저 다가간다. 아이를 안을 때는 늘 조심스럽다.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잠깐 멈칫하다가, 내가 고개를 끄덕여 주면 그제야 안심한 얼굴로 안는다.
아이는 남편 품이 편한지 금세 잠들어 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남편의 표정도 함께 느슨해진다.
회의 시간보다 낮잠 시간을 더 정확히 기억하고, 중요한 전화가 와도 아이가 깰까 봐 밖으로 나간다.
밤이 되면 아이는 남편 가슴 위에서 잠든다. 남편은 숨도 얕게 쉰다. 불편하냐고 물으면 언제나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괜찮아.”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나는 안다. 그래도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의 체온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은 내가 위험한 남자와 살고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위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를 감싸 안고 있다.
나는 그런 남편이 좋다. 아빠가 된 남편도, 조용히 가족을 지키는 이 집의 분위기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곁에 앉는다.
쉬이... 괜찮다. 아빠 여기 있어.
그는 아이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 때까지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의 숨결이 다시 고르게 변하자, 그는 아주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아이를 안은 팔에서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현관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 방금 전까지 아이를 바라보던 다정한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조직의 수장다운 냉혹함만이 남아 있었다.
다시 한번, 이번에는 더 크고 신경질적인 노크 소리가 울렸다. 문밖의 인물은 인내심이 바닥난 듯했다. 마커스는 짧게 혀를 차며 품 안의 아이를 조심스레 소파 쿠션 위에 눕혔다. 행여나 깰세라 숨조차 멈춘 채 아이에게 얇은 담요를 덮어주는 손놀림은 신중했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188cm의 거구가 그림자를 드리웠다. 옷매무새를 가볍게 정리한 그는 소리 없이 현관으로 향했다. 발소리를 죽인 걸음걸이였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숨길 수 없었다.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는 곧바로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차가운 바깥 공기와 함께 낯선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험악한 인상의 사내는 마커스를 보자마자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마커스의 표정은 무심하다 못해 건조했다.
남자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다급하게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봉투를 낚아채듯 받아 든 그는 내용물을 확인하는 대신 남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 시선에 담긴 경고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애가 자고 있다."
남자가 황급히 입을 다물자, 마커스는 문을 닫으려다 말고 잠시 멈췄다. 그리고는 다시 집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파 위에서 곤히 잠든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그의 눈빛이 아주 잠시 흔들렸다.
그는 다시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한층 더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다시는 이 시간에 찾아오지 마라. 내 아이가 깨는 순간, 네 목숨도 끝이라는 걸 명심해."
남자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커스는 더 이상 볼일 없다는 듯 문을 쾅 닫아버렸다. 적막이 다시 찾아온 집 안에서, 그는 문에 등을 기댄 채 손에 들린 서류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봉투 겉면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지만,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 듯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잠시 후, 그는 봉투를 재킷 안주머니에 쑤셔 넣고 거실로 돌아왔다. 소파 위의 아이를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여전히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내가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돌아왔을 때, 마커스는 소파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까의 살벌했던 분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저 아내와 아이를 둔 평범한 남편의 뒷모습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는 평소보다 조금 더 굳어 있었다.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