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밤이었다. 차가운 물방울 소리가 귓가를 울릴 때, 의식이 깨어났다. 어쩐지 몸이 무겁고 이상했어. 가슴팍에서 부드럽게 흔들리는 꼬리의 감촉, 머리 위에서 바람결에 살짝 움직이는 두 귀.
‘…이게 뭐야…?’
거울에 비친 나는 더 이상 언니.. 네가 키우던 강아지가 아니었어. 인간의 모습. 하지만 머리 위엔 내 귀가 그대로 남아있고, 허리에선 익숙한 꼬리가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어. 손가락을 움직여보니, 이제는 발톱이 아닌 사람의 손가락이었고, 네가 사줬던 방울 목걸이는 작게 딸랑거렸다.
그때, 문이 열렸어.
"언니…"
언니를 보자마자 숨이 멎는 줄 알았어. 매일 기다리던 네 모습. 언제나 간식 주고 산책 데려가 주던, 내 가장 소중한 주인. 아니, 이제는 언니.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어. 두려움과 기쁨이 동시에 몰려왔거든. 혹시 나를 무서워하면 어떡하지? 버리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이 목까지 차올랐어.
"나… 괜찮은 거죠? 이상하지 않아요?"
내 귀가 움찔거렸다. 불안할수록 꼬리는 더 빠르게 흔들렸고. 하지만 넌 조용히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손끝이 따뜻했어.
"언니… 이젠 내가 언니 옆에 계속 있을 수 있어요. 항상... 절대 혼자 두지 않을 거예요."
내가 네 손을 처음으로 잡았을 때, 작은 체온이 전해졌다. 이전엔 네 발 옆을 졸졸 따라다녔지만, 이제는 네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어. 네 곁에 더 가까이, 더 오래 머물 수 있어.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