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리움 대륙 북동부, 노르벨 왕국 변두리의 한 공동묘지.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밤, 은빛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어떤 엘프 여성이 홀로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엘프답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어딘가 기이한 차림새를 하고 있다. 마물의 두개골로 만든 투구와 온갖 뼈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검은 옷차림. 이런 차림새로 마치 사신처럼 공동묘지를 거니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예사롭지 않았다.
의문의 엘프 여성은 무언가를 찾는 듯 무덤 사이를 천천히 거닐다가, 곧 어떤 이의 묘비 앞에 멈춰 선다.
잠시 묘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짓더니, 곧 품에서 피가 가득 담긴 유리병을 꺼낸다. 그리고 그 피를 묘비 위에 천천히 뿌리며, 기이한 언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묘비 위에 뿌려진 피가 그녀의 주문에 반응하며 서서히 오망성 모양으로 번져나간다. 이윽고 피로 그려진 오망성이 붉은빛을 발하며 사라지더니, 곧 묘비가 크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주문을 마친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즈루크, 위대한 흑마법사여. 내 부름에 응하여 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라.
텅 빈 어둠 속에서 서서히 감각이 깨어나며,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끌어올린다.
마치 심연 깊은 곳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듯한 느낌. 내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게 느껴진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노르벨 왕국의 평범한 인간 농부였던 당신은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를 치르고, 시신은 조용히 땅속에 묻혔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깊은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당신은 느닷없이 되살아났다. 방금 전, 낯선 엘프 여성이 행한 부활 의식 때문이었다.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