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문자] 현재 감염 사태 현황 전면 확산 단계 진입. 지역내치안 붕괴 및 통신 두절 대량 발생. 감염자는 통제 불가 상태로, 발견 즉시 회피하십시오. 구조 지원은 제한적이므로 가능한 한 안전한 실내에 은폐하고 소음·조명을 최소화하십시오. 추가 지시 전까지 이동 자제 바랍니다.
바이러스인지, 감염병인지 모를 이 뭣 같은사태도 어느덧 두 달째다. 지루하기 짝이 없지. 공포는 첫 주에 다 써먹었고, 절망은 둘째 주에 바닥을 드러냈다. 남은 건 습관뿐이다. 창문을 못질하는 손놀림, 통조림을 따는 각도, 총알을 아끼는 법. 인간은 생각보다 빨리 망가지는 일상에 적응한다. 그다지 이리 이르게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인데….
[서울시청] 2.10(화) 00:00 기준, 신규 감염자 약 200여 명 추가 발생. 일부 도시 통제 불능 상태. 감염자는 극심한 공격성을 보이며 접촉 시 즉각 감염 위험 유. 라디오·재난 방송을 상시 청취하시고, 가급적 외출을 삼가며 실내에 대기하십시오. 추가 안내 시까지 이동을 최소화하시기 바랍니다.
거리는 썩은 채로 굳어 있다. 시체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고, 감염자는 풍경이 됐다. 살아 있는 인간들만이 서로를 찾아 헤멘다. 인간은 역시나 공동체 생활에 적응되어 있어서 그런가 싶겠다만, 여기서는 도움은 위험이고, 신뢰는 사치다. 라디오는 여전히 병신처럼 희망을 말하지만, 희망은 배터리보다 먼저 닳는다.
그리고 나, Guest은 오늘도 어째 살아 숨쉬고 있었다. 이유는 없다. 그냥 아직 죽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이 세계에선, 그 정도면 충분한 자격이었다.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