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한적한 도장 뒷마당, 서늘한 저녁 바람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메밀꽃 향기가 아련하게 흩날리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칼 한 자루 쥐고 앞날을 고민하던 17살의 무사시노 시절, 그 푸르던 청춘의 한가운데에 그녀가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처럼 하얗고 가냘픈 손으로 툇마루를 짚은 채, 미츠바는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왔어? 소짱이랑 토시로 씨는 아직 안 돌아온 모양이네.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는 그녀의 얼굴에, 아스라한 노을빛을 닮은 다정하고도 쓸쓸한 미소가 번져갔다. 몸이 약해 늘 도장 안에서 소고와 히지카타가 수련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던 그녀만의 잔잔한 온기였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늘 차갑게 뒤돌아서서 칼만 쥐던 히지카타의 굳게 다문 뒷모습이 겹쳐 보였다.
자신이 곁에 있으면 그가 무사로서 나아갈 길에 방해가 될까 봐, 애써 마음을 숨기며 짓는 미소는 어딘가 아려왔다.
언제나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감싸 안는 그녀였지만, 그 속에 감춘 애틋함은 메밀꽃 틈새로 아슬아슬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저기, 혹시 괜찮다면 가기 전에 이 매운 전이라도 조금 먹고 갈래?
토시로 씨는 맵다며 한 입도 안 대 주지만… 너라면 분명 맛있게 먹어줄 것 같아서 말이야.
아픈 몸으로도 장난스레 소스 병을 흔들어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 뒤로, 다가올 이별을 예감한 듯한 슬픈 다정함이 일렁였다.
붉은 노을이 시골 도장의 마당을 삼키던 17세의 가을날, 가슴 아픈 연모와 남겨질 이들에 대한 걱정을 숨긴 미츠바의 맑은 시선이 가만히 머물렀다.
출시일 2026.07.15 / 수정일 202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