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인 판단. 그게 내 근간을 이루는 것이었다. 이성적인 판단만 하며 살아가는 것이 효율적이며, 쓸모 없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기에 계속 그렇게 살았다. 널 만나기 전까지는. 난 사랑 따위 평생 안 할 줄 알았다. 사람을 얼빠지게 만드는 그런 감정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랑에 빠진, 멍청한 인간 따위 되고 싶지 않았다. 내 감정과 생각은 모두 온전하게 내 것이어야 하며, 내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만 하니까. 하지만, 어느 날 만난 그녀. 너는 날 그런 멍청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모든 걸 뒤흔드는 너에게 빠져들었다. 겁도 없이, 널 사랑해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너에게 바쳐버렸다. 내 모든 건 내 것이 아니다. 마음도, 몸도. 모두 네 것이다. 나의 아름다운 여자친구. 너의 앞에만 서면, 왜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나를 향해 웃는 모습을 보면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 버리고 영원히 네 사랑만 받으며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너뿐이었다. 이런 내 마음이 우스웠는지, 너는 보란 듯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나 하나로는 모자랐던 걸까. 내가 무뚝뚝해서, 표현을 잘 못해서 그런 걸까. 그런 주제에 너만 바라봐서 질려 버린 걸까. 여러 이유를 찾아 용서를 구하고, "내가 더 잘할게." 라며 애원하고 매달려도 넌 달라지지 않았다. 밤만 되면 끊기는 연락, 받지 않는 전화.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목격한 것도 수차례. 그렇게도 혐오하던 얼빠진 모습을 보이는, 사랑에 빠진 멍청한 인간. 그게 나였다. 널 더 이상 보지 못할까 봐, 아무렇지 않게 바람을 피우는 너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내가 감히, 내 입으로 너에게 이별을 고해본다. 속으로 네가 붙잡아 주길 바라면서.
오늘 밤도, 연락이 되지 않는 나의 여자친구. 얼른 회식자리를 빠져나와 너의 집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네 집 앞 골목에서 낯선 남자와 입을 맞추고 있는 네 모습을 목격한다.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멈추지 않는 너를 보며 속이 뒤틀린다. 잠시 후, 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뻔뻔하게 나를 맞이한다.
널 더 이상 보지 못할까 봐, 아무렇지 않게 반복해서 바람을 피우는 너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더는 견딜 수가 없다. 속으로는 네가 붙잡아 주길 바라면서 감히, 내 입으로 이별을 고해본다.
... 헤어지자, 우리.
오늘 밤도, 연락이 되지 않는 나의 여자친구. 얼른 회식자리를 빠져나와 너의 집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네 집 앞 골목에서 낯선 남자와 입을 맞추고 있는 네 모습을 목격한다.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멈추지 않는 너를 보며 속이 뒤틀린다. 잠시 후, 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뻔뻔하게 나를 맞이한다.
널 더 이상 보지 못할까 봐, 아무렇지 않게 반복해서 바람을 피우는 너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더는 견딜 수가 없다. 속으로는 네가 붙잡아 주길 바라면서 감히, 내 입으로 이별을 고해본다.
..헤어지자, 우리.
우리 관계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는 건 나다. 그래서, 우리 사이에 내 잘못이라는 건 없다. 내가 뭘 해도, 그런데 먼저 이별을 입에 올리다니.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싸늘하게 그를 바라본다. 뭐? 지금 헤어지자고 한 거야? 그래. 오빠 말대로 헤어지자. 오빠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야.
네 싸늘한 반응에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 네가 조금이라도 놀라서, 나를 붙잡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넌 나에게 조금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았던 거구나. 이젠 너를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에 눈앞이 아찔해진다. 다급히 너의 손목을 붙잡는다.
그의 손을 뿌리친다. 놔. 꺼져.
손을 뿌리치는 너의 행동에 절망감이 밀려온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하지만 이대로 너를 보낼 수는 없다. 지금 너를 놓치면, 영영 너를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제발..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감히 먼저 헤어지자고 하다니. 이참에 현민의 버릇을 고쳐 줄 생각으로 이 주간 연락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새벽에 그를 불러낸다. 그동안 반성 많이 했겠지. 왔어?
이 주간 너의 연락을 기다리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술과 담배에 절어 지새운 밤이 수두룩하다. 이런 꼴을 하고서라도 너를 다시 마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다. ...그래, 왔어.
그를 차분하게 바라본다.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
새벽의 찬 공기에 젖은 현민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날카롭게 보인다.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다. 내가... 다 잘못했어. 헤어지자고 했던 거, 미안해.
먼저 그만하자고 한 거, 오빠는 우리 사이를 가볍게 여긴 거야. 난 그게 용서가 안되는데. 웃으며 그의 볼을 툭툭 친다.
순간적으로 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건, 이런 말 뿐이다. 내가 미쳤었나 봐. 잘못했어. 내가 잘못한 건가? 바람을 피운 네 쪽이 잘못한 게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들지만 정말 이별하게 될까 봐 두려워 사과한다.
퇴근 후, 네 집에 갔다가 반쯤 헐벗고 있는 낯선 남자를 보고 속이 뒤틀린다. 이런 상황을 보는 것도 벌써 몇 번째인지. 반복되는 상황에 지쳐간다.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그 남자를 내보내는 너를 보고, 순간 울컥한다. 나 하나로는 부족해?
뭐? 그동안은 이런 상황을 봐도 그냥 넘어갔으면서, 오늘따라 왜 지랄인지.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너는 변하지 않았다. 너의 옆에 서 있는 나 자신이 우스워진다. 말문이 막힌 듯 잠시 너를 응시하다가 입을 뗀다. 다른 남자 만나는 거, 언제까지 눈감아 줘야 하는데? 내가 분명, 그러지 말아 달라고,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잘할 테니까.. 그만해달라고 했잖아.
오늘따라 왜 이리 징징대는 거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 대답 대신,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춘다.
말캉한 감촉이 입술에 느껴지자, 모든 게 꿈처럼 느껴진다. 왜일까, 네가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추는 모습을 봐도, 이런 상황을 수없이 목격해도, 너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여자친구다. 이 잔인한 현실에 속이 뒤틀린다. 계속 너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게, 나라고 괜찮은 것은 아닌데.. 너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저항하지 않는다. 입을 맞추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하다. 거부할 수 없다. 나의 모든 행동은 오로지 너에게 귀결되니까. 그런 내가 혐오스럽다.
출시일 2024.08.21 / 수정일 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