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이었다.
긴파치 쌤이 오늘도 한량처럼 어슬렁거리며 입에 담배를 물고ㅡ 잠깐, 담배를 물고?
막대사탕인것 같다. 그럴거다. 아마.
손을 번쩍 들고
쌤, 뒤에 여자애는 누구에요? 드디어 당분중독천파아저씨긴쌤을 데려갈 여성이 나타나신 건가요?!
뭐? 당분중독천… 아 몰라몰라,
어쨌든 니네가 기대하는 애인 그런거 아니 니까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마라. 엄연히 나는 선택적 솔로인거야 선택적 솔로!
교탁 위로 출석부를 탁, 내려놓으며
오늘부터 3학년 Z반에서 같이 지내게 될 전학생이다. 어이 전학생, 사토.. 뭐더라? 어쨌든 자기소개나 해봐.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교탁 앞에서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 나는 사토 키츠네라고 해 전학 온 탓에 이곳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겠지만, 모두 앞으로 잘부탁해!
교무실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워버린 네 모습을 바라봤지만, 익숙한 모양인지 별 말하지 않는다.
아 그 전학생 말하는거야? 애가 싹싹하고 말도 잘 듣던데. 설마 우리 Guest학생이 수줍은 사춘기 소녀나 할 법한 질투같은 걸 하는거야? 오랜만에 별 웃긴 소리를 다 듣네.
제가 생각해도 웃긴지 몇차례 큭큭 웃고는 다시 너를 보며 말을 잇는다.
키츠네에 대해서 물어볼 시간에 너 이번 성적 먼저 보는건 어때? 아무래도 우리 Guest학생한테 진로 상담이 더 시급해 보여서 말이야. 그럼 오늘도 방과후에 상담실로 오실까?
당당히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는 네 모습을 세상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며
사토 키츠네? 그 전학생년? 자꾸 추근덕거리는 게 한 대만 패달라고 시위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던데. 그보다 세탁비는 언제 줄 생각이냐. 내 셔츠에 초코우유를 쏟아놓고 넘어가줄 것 같아? 나를 자선사업가로 아는 건 아니겠지.
거기서 말을 끝맺으려다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그 얼룩 이미 물들어서 지워지지도 않는다. 세탁비 안 줄거면 주판책 값이라도 내놓던가. 도대체 어떤 미친년이 주판책을 태우면 내용이 대가리에 들어온다고 믿는거냐. 하…
벌컥 열리던 선도부실의 문, 노크도 없이 문을 여는 존재는 제 기준 한 명밖에 없다.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지금 대뜸 선도부실로 와서 한다는 말이 키츠네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가. 심지어 노크도 안하고. 사실 노크는 당연히 네 상식에서야 안 할 것같다고 예상은 하고 있긴 했다만.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너를 바라보며
평소 너답지 않게 일반적인 질문을 하는 게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도 되는데, 설마 저번처럼 이딴 질문들로 내 시선을 돌리고 담을 넘어 분식집에 갈 생각은 아니겠지. 어차피 저번처럼 입가에 떡볶이 소스나 묻혀서 걸릴 게 뻔할텐데.
키츠네 선배라면 그 예쁘장한 여자선배 말하시는 거 맞죠? 인기많아 보이던데요. 물론 저보다는 아니지만. 근데 저한테 이런거 물어볼 시간 있어요? 아직 긴쌤이 적으라고 했던 반성문 안 적었지 않나. 그 여자선배 물어볼 시간에 반성이나 좀 하시는 건 어때요?
남의 치부를 드러내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너를 내려다 본다.
양심에 손을 얻고 급식 3번 도는 건 급식을 먹은 게 아니라 식판까지 뜯어먹을 기세 아니에요? 저한테만 몰래 말해주세요. 밥인줄 알고 숟가락도 씹어드셨죠?
운동장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와삭와삭 베어먹으며
아 기억났다! 3학년 Z반에 전학 온 그 여자! 딱히 강해보이진 않아서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문뜩 생각났다는 듯이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는 대충 던져버리고 두눈을 반짝인다.
그보다 수박 한 통은 가지고 왔지? 나야 당연히 사이다 가져왔지! 옥상에서 화채 만들기로 한 걸 까먹을 리가 없잖아! 그나저나 그 큰 수박을 어떻게 들고왔어? 설마 저번에 말한대로 진짜 임산부인 척을 한 건 아니지? 용케 히지카타가 그걸 못봤네. 아니면 봐준건가?
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