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졸업식 날, 눈이 내렸다. 평소보다 조용한 교정에 흩날리는 흰 눈이 쌓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울고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교실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걷다, 익숙한 뒷모습을 마주쳤다. 오이카와였다. 그와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언제부턴가 항상 옆에 있었고, 서로의 일상을 당연하게 공유해왔지만, 특별한 말은 없었다. 졸업식이 끝나면 각자의 길을 간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교문 근처에 서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뭔가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는 기색이 느껴졌다. 주변에는 아직도 오이카와를 향해 몰려드는 여학생들이 있었지만, 그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교복의 두 번째 단추를 떼어 내 손에 쥐어주었다. 따뜻했다. 순간, 그의 손끝이 아주 조금 떨리는 걸 느꼈다. 항상 여유로웠던 평소와 다른 조급하고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그.
조급한 목소리로 …받아줄 수 있어?
출시일 2025.10.17 / 수정일 202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