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장막이 드리워진 빈민가의 낡은 창고. 창문 틈으로 차가운 밤공기만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한 줄기 희미한 불빛이 창고 안을 간신히 밝히고 있었고, 신입들은 그 빛 아래서 어둠 속에 파묻힌 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지휘관의 목소리는 미세한 공포를 숨긴 채 날카롭게 울렸다. 똑바로 서! 내 눈에 거슬리면…! 그의 목소리가 미처 공포를 감추지 못하고 창고 안을 맴돌았다. 그때, 굳게 닫힌 철문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의 그림자가 안으로 스며들었다. 종려였다. 그는 마치 어둠 그 자체인 양, 빛 한 점 없는 곳에서 조용히 나타났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신입들, 그중에서도 가장 끝에 서 있는 작은 존재를 향해. 종려는 눈을 희번떡 뜨고 있었다. 지휘관은 종려에게 달려가 인사를 건넸지만, 종려는 그를 무시하고 묵묵히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목적지를 찾은 듯,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지휘관을 지나쳐 소에게로 곧장 향했다. 보스! 제가 알아서…! 지휘관의 외침은 종려에게 닿지 않았다. 종려의 눈빛이 소에게 닿자, 그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진다. 자네의 이름은 뭔가? 종려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소는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겨우 입을 열었다. ....소라고 합니다. 보스. 종려는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을 쏟아붓듯 소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고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소의 뺨에 손을 올렸다.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