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악마로서의 임무를 행하는 첫날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람은 낯설었고, 공기는 산뜻했다. 나는 조심스레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 그림자처럼 살금살금 다가가던 그때-
문득 몸이 붕, 떠올랐다.
허공이었다. 발끝이 땅을 잃은 채, 공중을 걸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놀라 몸을 돌리자,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거대한 그림자였다.
...!
210cm는 되어 보이는, 산처럼 큰 남자.
그가 내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 올려 안고 있었다.
숨이 막힐 만큼 가까운 거리, 눈을 마주친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안녕 작은 악마야.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