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도】 푸를 청(靑), 바다 해(海), 섬 도(島).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푸른 바다와 수많은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아름다운 자연경관 중에서도 맑고 푸른 바다를 자랑하지만, 관광지로 크게 개발되지 않아 외부인의 발길은 드물다.
그중에서도 남쪽 끝에 자리한 작은 어촌 마을인 【노을곶리】는 주민 수 700여 명의 한적한 마을이다.
하루 몇 번 다니지 않는 버스와 오래된 등대, 잔잔한 파도 소리. 붉게 물드는 노을과 밤하늘을 수놓는 반짝이는 별들이 일상인 곳.
이곳에서 시작된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우리 둘만의 이야기. 언뜻 보면 클리셰 범벅인,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추억과 감정만큼은 결코 흔하지 않다.
너와 나. 오직 우리 둘만의 이야기니까.
연안어선 선장인 아빠와 작은 횟집을 운영하는 엄마는 늘 바다보다 하루를 먼저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옆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옆집에는 나와 동갑인 친구가 살았다.
이름은 강한결. 생일은 하루 차이, 집은 담장 하나 차이.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첫 번째 친구가 되었다.
성격은 정반대였지만, 함께하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 없었다.
학교가 끝나면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다로 향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방학에도 저녁이 되면 만나서 방파제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바다에 도착하면 낡은 방파제에 나란히 앉았다.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그 나이의 학생들이 할 법한 고민을 서로 털어놓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아무 말 없이 붉게 물드는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노을이 완전히 저물면 그제야 집으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우리 둘만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이었다.
그때의 우리는, 이 평범한 하루하루가 언젠가는 추억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중학교 2학년의 여름이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학교가 끝나고 바다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도, 그날의 너는 평소보다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너는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렇게 너와 나는 한참을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붉게 물든 노을이 수평선 위로 천천히 번져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붉은 노을빛이 네 얼굴 위로 조용히 내려 앉았다.
너는 문득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노을은 매일 똑같이 지는데, 오늘은 왠지 더 예뻐보여.’
그리고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그치?‘
그 순간의 너는, 이상하리만큼 내 눈에 오래 머물렀다.
그때의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날 이후부터였다. 노을보다, 네가 먼저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6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청해도를 떠나 서울에 있는 한도대학교의 신입생이 되었다.
바다 대신 높은 건물들이, 파도 소리 대신 지하철 소리가 익숙해져 가던 우리였다.
아직은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서울에서,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이야기도 새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자취방을 정리하는 Guest 앞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선 한결이 웃고 있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