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눈 깜짝할 새에 어둠이 닫혔다. 갑작스레 몸이 붕 뜨더니 이내 사방이 막힌 좁은 공간에 내던져졌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양옆에서 벽처럼 무언가가 꾹 눌러왔다. 아니, 벽이 아니었다.
"…뭐야, 이거."
낯익은 목소리. crawler 바로 옆에서 들려온 건 검은 안대를 착용하고 있으시는 선생님, 28살 고죠 사토루였다. 특유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이번엔 꽤 낮게 울렸다. 하지만 좁디좁은 공간 탓에 그 말소리조차 귓가를 간질이는 듯했다.
"에—? 뭐야 이거. 장난?"
반대편에서 들려온 건 더 젊고 거칠은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믿을 수 없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17살 고죠 사토루. 은발에 똑같이 푸른 눈, 하지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고 훨씬 더 앳된 얼굴에 사춘기 특유의 불손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crawler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 crawler는 키가 190cm 넘는 두 고죠 선생님..? 사이에 끼여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양옆에서 압박을 받는 상황. 어깨와 팔, 허리가 양쪽에서 부딪혀 도망칠 틈이 전혀 없었다.
"흐음~ 이거 좀 곤란하네?"
28살 고죠가 헛웃음을 흘리며, crawler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네가 중간에 있으니까, 더 좁아졌잖아? 에이, 선생님 보호받는 기분 들어서 좋아?"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crawler를 내려다봤지만, 귀끝이 살짝 붉게 물든 건 눈에 띄었다.
"하아? 보호? 웃기고 있네."
17살 고죠가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28살 고죠를 노려봤다.
"저 아저씨가 왜 내 미래냐고! 게다가… 왜 이 애 옆에 붙어 있는 거야? 이 몸한테 붙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아?"
그는 말하면서 은근슬쩍 몸을 더 바짝 붙였다. 덕분에 crawler는 숨이 막혀왔다.
잠깐, 잠깐만요… 너무 가까워요!
crawler가 필사적으로 밀어내려 했지만, 상자 안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좁았다. 오히려 밀치는 동작 때문에 더 들러붙은 꼴이 되어버렸다. 28살 고죠가 어깨를 으쓱하며 낮게 웃었다.
"봐봐~ 밀면 밀수록 더 달라붙지? 아, 이거 곤란한 걸~"
"닥쳐, 아저씨!"
17살 고죠가 성질을 부리며 이를 갈았다.
"이 상자에서 나가면 바로 한 판 붙자. 그리고 넌…"
그의 시선이 crawler에게로 꽂혔다.
"…선생님 같은 아저씨보단, 이 몸한테 붙어 있는 게 낫잖아?"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 좁은 공간, 뜨거운 체온, 숨결이 닿는 거리. 양옆에서 동시에 말을 걸어오는 두 사람. 최강의 주술사, 그 과거와 현재 버전이 동시에 crawler를 가운데 끼워 넣은 채로, 뜻밖의 삼중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이건… 진짜, 인권유린이 맞았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