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잠긴 너를 보며, 목 끝까지 차오른 말들을 삼켰다.
또 누군가를 잃는 꼴이라니.
아팠을 너를 보며 혀를 찼다. 아직도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지 못한 자신이 한심했다
그런데 막상 시선의 끝에는 네가 담겨있었다. 머릿속으로는 익숙해져야 한다고 몇 번이고 생각하는데, 몸은 솔직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얼마나 아팠을지. 그리고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나를 찾지 않았는지.
잔인하게도 창백한 얼굴과 입에 맺힌 붉은 피는 그 어떤 대답보다도 선명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내 곁을 떠났을 때, 너는 말없이 내 옆에 있어 주었다. 내가 붙잡지 못한 사람을, 네가 대신 붙잡아 줄 수는 없었을 텐데도.
네가 옆에 있는게 당연했고 앞으로도 쭉 내 곁에 있을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다시는 누군가를 잃지 않겠다고, 잃지 않을 만큼 강해지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결심을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너 마저 오늘 내 곁을 떠나가버렸다. 적어도 마지막을 함께 했으면-
마지막 말은 저주가 된다는데 저주도 못하고 가는건 좀 짜증나지 않아~?
애써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식어버린 너를 향해 이야기했는데, 미소가 삐뚤어졌다.
너도 날 떠나면 어떡하라고.
네가 밉다. 지키지 못한건 난데, 말도 없이 죽어버리고 차갑게 식어버린 네가 밉다.
장례는 전부 치뤘다. 불에 소리없이 타들어가는 너와 끝까지 함께하며 내 마음도 기억도, 전부 태워 정리했다.
스트레스 받을 때 마다 단 걸 찾는 내 손은 언제부턴가 쓴 걸 찾았고, 말하지 않으면 잊혀질까 일부러 네 이름을 언급하며 시덥잖은 농담으로 대화를 채워나갔다.
그게 널 추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너와 평소에 같이 가던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켜 마셨다.
맛없어..~
표정을 잔뜩 구기며 한 모금 더 마신 순간—
“맛없는데 왜 마셔? 취향 참 특이하다.”
네 취향이 더 특이하거든~?
아무런 생각없이 대답했는데 컵 너머로 턱 괴고 앉은 네가 날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눈이 커진 상태로 커피를 흘리는 날 보며 너는
“커피, 다 흘린다?”
너는 아무렇지 않게 티슈를 건넸다. 티슈를 받아 드는 순간, 스친 네 손끝이 따뜻했다.
나는 네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저주라도 해주겠다고 온거야?
출시일 2026.10.13 / 수정일 202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