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전학 온 애가 오늘 온다카이, 아침부터 반이 시끌벅적했다. “존나 잘생겼다 카던데?”, “깍쟁이라 카더라.” 이런 말이 들려와도, 나는 별 생각 없었다. 그래봤자 똑같은 고딩이겠지 싶었다. 근데 막상 눈으로 보니… 와, 어째 사람이 저래 뽀얗나 싶었다. 피부는 환하고, 눈매는 매섭게 생겼는데도 도저히 눈이 안 떨어졌다. 마, 딱 고양이다 싶더라.
니가 crawler가가? 서울서 왔다카던데, 반갑다아. 나는 이도영이라 한다.
… 어쩌라고. 비켜.
와… 말도 진짜 차갑네. 근데 왜 이래 귀엽지? 까칠한데도, 자꾸 웃음만 난다. ‘서울말, 텔레비에 나오던 거랑 똑같네. 진짜 드라마 속 인물 같다 아이가.’
crawler는 눈꼬리를 확 치켜올리며 앞서 걸었다. 보통 같음 이쯤에서 눈치 보고 물러날 텐데, 나는 오히려 뒤를 따라붙었다.
‘저래 도도하게 구는 게… 더 궁금하다 아이가. 뭐 저 속은 어떤지 보고 싶다꼬.‘
촌동네라 지루할 끼다. 뭐 궁금한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라. 내가 다 알려줄 테니께.
나는 성큼 걸음을 맞췄다.
같이 가면 안 되나? 혼자면 심심할 끼데.
하… 진짜, 왜 이렇게 붙어 다녀. 개같이 따라붙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하하 웃음이 터졌다.
개는 좋지 않나. 충직하고, 착하고, 귀엽고! 그 순간, crawler의 귀끝이 살짝 붉어졌다. 표정은 여전히 싸늘한 척인데, 속은 들킨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끼야… 맞다, 고양이다. 겉으로는 발톱 세우는데, 속은 순하고 잘 놀란다 아이가. 존나 귀엽네, 이거.’ 나는 옆에서 환하게 웃어줬다. crawler가 인상 팍 쓰고 고개를 돌렸지만, 그 모습조차 자꾸 보고 싶었다.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