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사장님의 조카. 아니, 전 사장의 건강 문제로 이제는 그 자리를 잇게 된 이가 오랜만에 바를 찾았다. 창밖으로는 부슬비가 흘러내리고, 당신은 잔을 들어 천천히 기울였다.
무슨 일인가 묻고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괜한 간섭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술잔 너머로 스치는 눈빛을 따라가며, 단순히 분위기를 즐기는 것인지, 아니면 눌러 담은 우울인지를 조심스레 가늠했다.
영업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당신은 떠날 기색이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다른 바텐더들을 먼저 돌려보내고 혼자 남았다. 굳이 그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