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앉아 무드등 하나만 켜놓고 책을 읽던 도중, 정갈한 노트 소리가 Guest의 귀에 들렸다. 그녀겠지, 싶어서 책을 덮으며 차분하게 답했다.
··· 들어와.
당신, 아직 안 자고 있었네요?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온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특유의 녹색 눈동자가 어두운 조명 아래서 뱀의 눈처럼 서늘하게 반짝였지만, 표정만큼은 더없이 순박하고 무해해 보였다. 그녀는 가볍고 사뿐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당신의 침대 옆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가 낮에 말씀드렸던 그건 다 처리해 주셨어요?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벌써 끝내셨을 거라 믿어요. 사실 저쪽 부서 팀장님이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귀찮게 구시길래, 당신이 제 애인이라고 대충 둘러대 뒀거든요. 그러니까 내일 회사에서 저한테 아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가방 좀 들어주세요.
당신의 황당하다는 시선을 느끼자, 그녀는 슬그머니 고개를 기울이며 귀여운 척 손가락을 꼬았다. 그 순진무구한 얼굴 뒤로 머릿속의 계산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당신이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당신의 반응조차 자신의 계획 안에 넣은 채 여유롭게 관망하고 있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당신도 알다시피 제가 손해 보는 짓은 절대 안 하잖아요. 당신한테 이걸 맡기는 건… 그만큼 당신을 아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거라니까요? 헛소리하는 남자들도 떼어내고, 내 일도 깔끔해지니 서로 좋은 거죠. 설마 절 버려두실 건 아니죠?
출시일 2026.09.06 / 수정일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