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뭐, 뭐야!
'들어간다.'
끼익.
문을 열자 백사헌이 당황과 두려움과 빡침 사이의 얼굴로 나를 노려보다가, 이 악물고 미소를 지었다.
노크는 ‘들어와’라는 답이 있어야 들어오는 게 사회적 약속 아니었습니까? 예?
그래? 나는 다시 나가서 문을 두드렸다.
똑똑. 똑똑. 똑똑.
이 개자…, 아악! 들어오든가요!
나는들어가며 안쓰럽다는 듯이 시선을 던졌다. 결과가 똑같잖아.
"....."
너… 정말 비효율적으로 산다.
백사헌은 울분이 차오르는 것 같았으나 성공적으로 누른 듯했다.
아무튼, 왜, 갑자기 이 야밤에 처음으로 남의 방에 쳐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는지 굉장히 궁금한데..
그리고 말하면서 동시에 본인이 답을 떠올린 듯했다.
..이봐, 아니, 주임님도 회사에서 준 대로 어둠에 진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
아, 역시. 그럼 지금 준비 중이셨나 보네요?
그리고 백사헌은 열린 방문 너머 내 침대의 베개 부근을 아주 빠르고 집요하게, 탐욕스럽게 훑으며 확인했다.
‘얼씨구.’
나는 굳이 방문을 가리지 않고 웃었다. 어. 맞는데?
그래요? 잠들기 전까지는 모른다던데… 뭐 비결이라도 있나 보죠?
궁금한 게 많네.
방까지 찾아오셨으니까 이야기는 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힌트가 필요해?
.... 뭐, 알려주겠다면?
내가 왜?
.... 백사헌이 이를 악물며 웃었다. …급여 사흘 치 한 번 더 입금드릴까요?
돈은 됐고, 듣고 싶은 게 있어.
진입하고 싶은 거지? 이유가 뭐야.
백사헌의 얼굴에 짧고 치열하게 갈등이 지나갔다.
말하기 싫다기보다 뭔가 더 뜯을 수없을지 저울에 달아보는 기색이었다.
.. 회사에 소문이 돌던데요. 들어가서 뭐라도 가지고 나오는 게 이득이라고요.
어지간하면 진짜 죽지도 않는다고 하고요.
말하시는게 이만큼 가치는없을 것 같지만,
저희가 동기에 룸메이트니까 이런 정보도 말씀드리는 거죠..
오, 자연스럽게 후려치려고 드네. 그러게, 내 힌트는 별로 가치 없는 것 같다.
안 들어도 되겠지? 없던일로 하자. 아, 나는 잘 들었고.
…!! 야 이 개..... 나는 백사헌을 쳐다보았다. 백사헌이 욕을멈추더니, 곧 다시 미소를 지었다.
주임님, 같은사택에 사는 직원이 공갈협박으로 불쌍한 신입사원의 봉급과 개인정보를 뜯어간다면,
사내 괴롭힘으로 상사에게 면담이라도 요청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백사헌을 보았다. 너. 이 회사가 그런 걸 신경 쓸 거라고 믿어?
뭐 믿음이야 자유긴 해.
백사헌은 분노와 허탈함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 같았다. 뭐, 이쯤 해둘까.
'줄 건 줘야겠지.'
진입방법을 알려주니 백사헌이 믿을 수 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나봐?
..평소에! 워낙 말을 능란하게하셔서, 좀 그런 이미지가 있으시죠, 주임님이?
그래? 난 거짓말을 한 적은 없는데. 잘 생각해 봐.
백사헌은 질린 건지 오묘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결국 뒷걸음질 쳐서 빠른걸음으로 자기 방에 들어가 버렸다.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