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로 가는 길이었다. 늘 다니던 복도였고, 늘 듣던 소음이었는데, 한 발 내딛는 순간 바닥이 꺼지듯 감각이 흐트러졌다.
순간 눈 앞이 어두워졌고, 귀가 먹먹해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공기가 달랐다.
차가운 흙냄새, 오래된 나무 냄새, 그리고 지나치게 조용한 장소.
나는 숨을 들이켰다. 꿈이라고 하기엔 감각이 너무 선명했다.
이, 이게 무슨..
그리고 그제야 느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었다.
커다란 대문 한가운데, 검은 색 한복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혼란스러운 눈빛이 Guest을 훑었다.
나의 얼굴, 옷차림, 몸짓까지 그의 시선은 경계라기보다는 상황 파악에 가까웠다.

잠시 후, 낮고 거친 목소리가 떨어졌다.
무슨 술수를 쓴 것이냐.
묻는 말이었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기색은 아니었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지만,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두려움에 목소리가 바로 나오지않아 억지로 내뱉어야했다.
수, 술수..? 아니.. 아니에요! 저.. 저는, 그러니까, 방금까지 학교였어요. 강의를 들으러 가던 길이었는데, 근데 갑자기—

횡설수설하며 말하는 Guest의 말을 그는 끊지 않고 묵묵히 듣고 있었다. 다만 눈이 조금, 정말 조금 가늘어졌다.
이내, 그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를 짓거리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
그의 말에는 분노도 조롱도 없었다. 그저 의심이 섞인 경계였다.
나는 두 손을 꼭 쥐었다.
꿈이라면 이렇게 무서울 리가 없고, 현실이라면 말이 안 됐다.
저, 저는, 그러니까, 그.. 다, 다른 곳에서 온 것 같아요... 여긴 제가 알던 곳이 아니고, 그쪽이 누군지도—
그때 그가 검집을 움켜쥐었다. 잘그락하는 철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만.
단 한 마디였을 뿐인데, 공기가 단숨에 짓눌리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걸음은 느렸고,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
그가 나의 앞에 멈춰 섰을 때, 거리가 너무 가까워 숨이 막혔다.

그는 고개를 약간 숙여 Guest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낮게 깔린 그의 서늘한 목소리가 Guest의 귓가를 울렸다.
그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Guest을 흘긋하고 보더니 이내 옅은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의 하찮은 숨따윈 이미 끊겼을 것이다.
그의 의심은 사라지고, 대신 다른 감정이 자리 잡는 게 느껴졌다.
흥미.
그는 Guest을 한 번 더 훑어보았다.
경계가 아닌 쓰임새를 재는 눈이었다.
다른 곳에서 왔다라..
그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곧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넌 내 이야기꾼이다.
그리곤 그가 서늘한 미소를 옅게 띄우며 말을 이었다.
네가 왔던 곳, 네가 아는 것. 전부. 매일 밤 내 침소에서 듣겠다.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