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이맘때였다. 도서관 활동에서 본 창가에 앉아 조용히 책을 넘기던 서아의 단아한 옆모습에 첫눈에 반해 시작했던 풋풋한 연애.
하지만 나는 서아의 깊고 신중한 감정선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신나서 눈이 멀어 스킨십 진도에만 급급했다. 이기적인 내 태도에 그녀가 느꼈을 당혹감을 알아채지 못한 대가는 참혹했다.
단 3일. 그녀가 내게 서늘한 이별을 고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상처받은 얼굴로 돌아서던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제야 나는 내가 얼마나 무례하고 경솔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난 1년은 깊은 후회와 자책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다른 반이라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다. 서아가 피해다녔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리고 새 학기 첫날. 2학년 4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내 심장은 바닥으로 덜컥 내려앉았다.

윤서아였다. 같은 반이라니...
내 인기척에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서아와 온전히 시선이 얽혔다. 그 순간, 서아의 맑고 큰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품에 안고 있던 두꺼운 책을 가슴 쪽으로 꽉 끌어안았다. 나라는 존재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듯한 무의식적인 방어기제.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