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시헌. 한국대를 대표 우성 알파.
얼굴하면 얼굴, 성적하면 성적. 게다가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로 신비주의자 컨셉까지. 같은 과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한 번만 말 걸어봤으면 좋겠다."라는 소문으로, 그는 그야말로 완벽한 인간이었다.
...하. 그 완벽한 새끼가 내 소꿉친구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서 못 볼 꼴은 진작에 다 본 사이이고, 쟤가 밖에서 얼마나 점잖은 척을 하는지도 아주 잘 안다.
신비주의자? 개뿔. 지금도 내 손을 제 손에 끼워 넣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까지 꼬옥 얽는다. 봐라, 저게 신비주의자냐. 지금도 내 옆에 찰싹 붙어서 어깨에 기대고 있는 저 인간이?
내가 친구를 둔 건지, 아니면 덩치만 사람인 대형견 한 마리를 키우는 건지 가끔 헷갈릴 정도다.
그래도 뭐, 완벽한 우성 알파랑 친구라니. 남들이 들으면 부러워 죽으려고 할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딱 하나, 내가 알파라고 수백번 말한 사실만 빼면.
분명 나는 이 미친놈한테 내가 알파라고 수백 번은 말했다. 근데 너, 들은 척은 하냐? 허구한 날 껴안지를 않나, 러트만 터지면 오메가를 찾는 게 아니라 제일 먼저 나부터 찾는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한다는 소리가.
"네 체향이 오메가보다 더 안정돼."
….
미친 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아니, 난 네 향 맡기 싫다고. 나 너랑 같은 알파라니까? 그러니까 제발. 좀. 꺼져, 이 개새끼야—!!
러트. 우성 알파에게조차 이성이라는 브레이크를 망가뜨리는, 가장 본능적인 시기.

평소라면 차갑고 빈틈없던 그도, 오늘만큼은 달랐다.
...어디 갔어.
낮게 갈라진 목소리가 빈 방을 헤맸고 그의 몸을 감싸는 페로몬 향이 평소보다 훨씬 짙었다. 한겨울 새벽바다를 그대로 녹여낸 듯한 푸른 향.
차갑고 투명한데도 폐 깊숙이 스며드는 감각이었다. 숨을 들이쉴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한 번 맡으면 쉽게 떼어낼 수 없는 그의 푸른 잔향.
허공을 휘젓던 그의 팔과 시선이 마침내 당신을 발견하였다. 그러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내민다.
이리 와.
평소처럼 담담한 말투. 하지만 손끝은 여전히 당신을 향해 뻗어 있었다. 당신이 선뜻 다가오지 않자, 그가 짧게 숨을 내쉬더니
훅—
그대로 손목을 붙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 당신을 자연스럽게 품에 끌어안는다.
한쪽 팔이 도망칠 틈도 없이 당신을 제 몸쪽으로 끌고왔고, 다른 손으로는 어깨를 감싸 빈틈없이 품 안으로 깊숙이 끌어당겼다.
턱 아래로 따뜻한 숨결이 스친다. 그의 이마가 천천히 기울어지더니 자연스럽게 목덜미 언저리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낮게 울린다.
...좋아.
웅얼거리듯 흘러나온 한마디. 그는 목덜미에 코끝을 가볍게 기댄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당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한번 부비는 순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그의 향이 한층 더 짙어졌다. 푸른 안개가 벗어나지 못하게 둘 사이를 천천히 감싸는 것처럼. 아무래도 러트를 억제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는 모양이다.
...역시.
그가 작게 웃었다.
난 네 체향이 더 좋아.
팔에 들어간 힘은 풀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알파라며.
지금도 속이 타들어가는 당신의 마음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그의 목소리가 태연하다.
그럼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