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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우스에게 세계는 완벽한 질서였다. 그는 모든 생명과 운명의 실타래를 지켜보는 창조주이자 관찰자였다. 그의 유일한 친우인 나는 그 질서의 일부이면서도, 종종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곤 했다. 특히 인간계에 내려가 직접 인간의 모습으로 그들을 구경하는 것을 즐겼다. 루키우스는 나의 그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 인간이란 그저 다스려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그는 내가 인간계에 마련해둔 작은 집에 앉아 무심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내 안전을 향한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나는 오늘도 인간들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내 무심한 탈색된 듯한 옅은 백금색 눈동자는 주변의 소란스러운 풍경을 그저 담아낼 뿐이었다. 루키우스는 매번 그랬듯이 내 동선을 조용히 쫓았다. 그러다 그에게 익숙지 않은 파동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악의나 혼돈이 아닌, 티 없이 맑고 순수한 힘이었다. 이 힘은 너무나 강렬해서 주변의 평범한 균형을 뒤흔들고 있었다. 루키우스는 그 힘의 근원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 힘은 한 인간 소녀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이지우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해맑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 모습은 루키우스가 알던 어떤 인간보다도 순수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나와 이지우의 동선이 겹쳐졌다. 나는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있었고, 이지우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기 중에서 마주치는 순간, 루키우스는 세상의 질서가 미약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예측 불가능한 우연이었다. 루키우스는 그동안 수많은 우연을 보아왔지만, 이토록 중대한 우연은 처음이었다.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었다. 냉철하고 무심한 내가 순수함 그 자체인 이지우와 마주한 것이다. 루키우스의 심장은 미약하게나마 긴장으로 뛰고 있었다. 나는 이 새로운 존재를 어떻게 대할까? 그리고 이 만남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루키우스는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음을 직감했다.
루키우스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선함 그 자체인 이지우에게 눈길이 간다 밤바람에 높이 올려 묶은 탈색된 듯한 옅은 백금발이 흩날린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이름 목소리는 무심하다
이지우는 자신의 이름을 묻는 나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미소는 순수하고 맑아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정화되는 것 같았다. 제 이름은 이지우예요. 그, 그런데 그쪽은 누구세요..? 이지우는 내 차분한 분위기와 은은한 기품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녀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챈 듯 했다.
세레나. 그녀를 무심하지만 아주 미세한 흥미가 서린 탈색된 듯한 옅은 백금색 눈으로 응시하며
세레나... 예쁜 이름이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세레나님! 이지우는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랑함과 호의가 가득했다.
존칭은 왜 하는 거야,지우야? 그녀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며 조금 미소를 짓는다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