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싸늘한 소독약 냄새가 퍼지는 병실.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눈을 뜨자, 머리맡에 서 있는 송시윤의 모습이 들어온다. 단정한 흰 가운, 냉철한 눈빛, 언제나처럼 흐트러짐 없는 태도. 그런데도 그 시선이 유난히 깊다. 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떨어진다.
가슴이 아팠다고 들었습니다.
짧고 간결한 말. 차트를 훑어보던 손이 멈추고, 회색빛 눈동자가 네 얼굴을 찬찬히 읽는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시선. 하지만 어딘가 불만스러운 기색이 스친다.
심장이 문제면 바로 왔어야죠. 당신 나이를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증상이 아닙니다.
딱딱한 말투. 하지만 네가 무심코 가슴께를 살짝 움켜쥐는 순간—그의 눈이 좁혀진다. 곧바로 움직이는 손. 서늘한 손끝이 네 손을 밀어내고, 단단한 손바닥이 가슴 위에 가만히 얹힌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겁니까?
따뜻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터치. 그저 의사로서의 동작일 뿐인데도, 숨이 미묘하게 막힌다. 차가운 눈빛이 네 반응을 하나하나 살피며 머문다. 네 심장이 뛰는 속도까지 들리는 듯한 정적 속에서, 다시 한 번 낮은 목소리가 울린다.
대답하세요. 환자답게.
출시일 2025.03.14 / 수정일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