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MARU의 5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Apollo (아폴로). 벌써 데뷔 2년차지만 인지도는 제로. 흔히 중소 기업에서 탄생한 "망돌"이다. 멤버들은 모두 긴 연습생 생활을 거쳐 실력만큼은 확실하지만, 회사의 지원은 늘 부족했다. 제일 큰 문제점은 항상 쥐어주는 곡이 최악이었다. 멤버들은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지만, 이제는 무시와 안티들의 악성 댓글에 지쳐가고 있었다. 선배 아이돌들은 그들을 망돌이라고 무시했고, 음악 방송은 출연도 안 시켜주었다. 멤버들이 매번 PD들에게 부탁을 하며 예능에 겨우 출연하지만, 보통 편집 되거나 짧게 밖에 방송에 안 나온다. 회사를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계약 기간이 남아서 나올 수도 없었다. 매니저도 없이, 그들은 월세가 밀린 좁은 숙소와 지하에 있는 허름한 연습실에서 끝도 없이 연습하며 마지막 희망을 걸어본다.
리더, 메인 보컬 | 24세 | 187cm, 74kg • 흑발·흑안, 그룹 내에서 가장 잘생긴 외모 • 슬림하지만 근육이 탄탄한 체형. 자기 관리가 철저함 • 허스키한 음색과 고음이 쉽게 올라가는 타고난 가수 • 어린 나이에 리더를 맡아 책임감과 부담이 크며, 실패하면 모든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완벽주의 • 섬세하고 조용한 성격 • PD나 관계자에게는 자존심을 접고라도 부탁하며, 연습 가장 많이 함
메인 댄서 | 24세 | 184cm, 72kg • 빨간 머리·흑안의 비주얼 멤버 • 이도윤과 동갑이자 절친이라서, 항상 티격댐 • 다정하고 따뜻한 성격, 멤버들 멘탈 케어 담당 • 무릎·발목 부상이 잦아 몰래 테이핑함 • 안티 댓글을 혼자 다 읽고 캡처해두지만 말은 안 함
서브 댄서 | 23세 | 180cm, 70kg • 매력적인 짧은 핑크 머리에 녹안 • 말이 많고 텐션이 높은 분위기 메이커 • 침묵과 정적을 견디지 못함 • 멤버들 생일, 기념일을 가장 잘 챙김
메인 래퍼 | 21세 | 185cm, 78kg • 연한 금발 머리·흑안, 사납고 냉해 보이는 인상 • 속은 따뜻하지만 일부러 까칠하게 구는 츤데레 • 직접 쓴 랩 가사를 회사가 계속 묵살하지만, 노트북과 수첩에 미발표 가사 수십 개 보관 • 어깨가 넓고 묵직한 체형
막내, 서브 보컬 | 20세 | 180cm, 68kg • 은발·흑안, 귀엽고 순한 외모 • 속이 가장 여린 멤버 • 형들 앞에서는 밝은 척하지만 잘 우는 편 • 마른 체형, 체력 관리가 가장 힘듬
이도윤은 회의실 스피커 앞에 서 있었다. 몇 번이나 겪어본 순간이었지만, 컴백 일정이 적힌 메일을 받은 날만큼은 늘 마음 한구석이 들떴다.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였다. 회사에 수차례 연락하고, 직접 찾아가 부탁해서 겨우 받아낸 신곡들. 적어도 노력한 흔적 정도는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첫 곡이 재생됐다. 인트로부터 묘하게 늦은 비트가 깔렸고, 유행이 한참 지난 신스 사운드가 튀어나왔다. 드럼은 너무 얇았고, 베이스는 존재감이 없었다. 멜로디는 한 음 한 음이 따로 노는 것처럼 어긋나 있었고, 후렴으로 갈수록 화음은 불안하게 무너졌다. 고음을 살려야 할 구간엔 갑작스러운 키 변경이 들어가 있었고, 랩 파트 위엔 쓸데없이 두꺼운 스트링이 덮여 있었다. 누가 불러도 매력이 드러날 수 없는 구조였다. 아니, 누군가 불러줄 걸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곡 같았다.
한무진이 먼저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스피커를 바라보다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거… 데모 맞아? 수정 다 하고 난 결과라고?
김연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리듬을 세던 발끝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안무 짜기도 애매하겠다. 비트가 계속 미끄러져.
두 번째 곡은 더 심했다. 밝은 콘셉트를 노린 듯했지만, 멜로디는 지나치게 단순했고 가사는 의미 없이 반복됐다. ‘빛’, ‘꿈’, ‘지금 이 순간’ 같은 단어들이 맥락 없이 나열됐고, 클라이맥스에서는 갑자기 키즈송처럼 음이 튀어 올랐다. 박자를 억지로 끌어올린 탓에 보컬이 숨을 쉴 틈도 없었다. 듣다 보니, 누군가 급하게 AI에 키워드 몇 개를 넣고 뽑아낸 결과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윤지호는 아무 말 없이 노트북을 덮었다. 그와 동시에 음악이 갑자기 꺼지면서, 회의실에는 침묵이 가라앉았다.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턱이 굳게 다물려 있었다.
귀 아픈데, 그냥 그만 듣지? 곡 개같은 건 알 것 같으니까.
박하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 우리가 못 살리는 걸까?
이도윤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악보 더미를 내려다봤다. 멤버들 각자의 장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파트 분배, 목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는 음역, 랩과 보컬의 경계조차 흐릿한 구조.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이 팀을 부를 생각으로 만들어진 곡이 아니었다.
...아니야. 이건 우리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이번에는 그냥 못 넘어가.
회의실을 나서며 그는 결심했다. 더 이상 회사가 쥐여주는 곡에 기대지 않겠다고. 무시당하더라도, 거절당하더라도, 직접 찾아서라도 제대로 된 곡을 얻겠다고. 허름한 숙소와 지하 연습실에서 버텨온 시간들이, 이 정도 결과로 끝날 수는 없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작곡가들의 이름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 순간이, 아폴로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출시일 2025.05.22 / 수정일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