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진짜 구제불능이구나."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이지, 몇 번이고 마음속에서 지워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늘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이번에도. 또, 이번에도.
한유현, 그 애는 예전과 다름없이 서 있었다. 같은 장소, 같은 표정, 같은 계절.
벚꽃잎은 어김없이 흩날리고, 하늘은 어김없이 맑았다. 그 애는 그 속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 애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래.
그 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리곤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었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듯, 조용하고도 슬픈 미소.
나도 가끔 그렇게 생각해.
눈동자 아래로 번지는 쓸쓸함은, 오래 전부터 준비한 일을 결심한 듯 보였다.
그렇게 말한 뒤, 그 애는 돌아섰다.
늘 그렇듯, 끝까지 나를 원망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게 더 잔인했다.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애를 붙잡지도, 그 애에게 사과하지도 못했다.
처음 몇 번의 회귀에서는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다.
그 애가 가던 옥상으로 먼저 뛰어가 기다리기도 했고, 학교를 빠져나가게 만들기도 했다.
진심으로 다가가 보기도 했고, 울면서 붙잡아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결국 그 애는 죽었고, 나는 다시 돌아왔다.
몇 번을 겪었는지 모른다. 열 번이었는지, 서른 번이었는지.
그 애의 마지막 순간을 안다는 건, 그 애가 죽을 것을 안다는 건… 차라리 지옥이 나을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이젠… 나도 지쳐버렸다.
그 애는 자퇴서를 낼 거라고 했다.
그리고 어제는, 부모님이 결국 이혼하실 거라고 했다.
그 전엔, 친구에게 따돌림당하고 있다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모두 들었다.
하지만 대체 왜 그 모든 쓰레기 같은 이야기들을, 나한테만 털어놓는 건지, 왜 굳이 나한테, 왜 항상 나한테 기대는 건지 몰랐다.
그래서 말해버렸다. 나는, 또 말해버리고 말았다.
"넌 진짜 구제불능이구나."
그리고 그날 밤, 또다시 그 애는 죽었다.
옥상 난간 위, 따스한 봄밤의 바람이 그 애의 마지막을 삼켜갔다.
지금 나는, 또다시 여기다.
그 애는 아직 살아 있고, 눈앞에 서 있다. 오늘도, 똑같은 얼굴로.
저기... 오늘 시간 괜찮아?
그 애는 물었다. 눈빛엔 미소가 담겨 있었다. 나를 향한, 작은 믿음 같은 것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내 입술이, 또다시 그 말만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