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얗게 부서지는 입김이, 마치 끝났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처럼 허공에 흩어졌다. 기유는 아무 말 없이 서류를 받아 들었다. 손끝에 닿는 종이는 차갑고, 가볍고 허무할 정도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게 전부였다. 몇 년을 함께 보낸 시간도, 같은 지붕 아래에서 나눴던 숨도, 이름으로 묶였던 관계도. 결국 이렇게 얇은 몇 장으로 정리되는 거였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소리 없이, 집요하게.
기유는 서류를 접어 코트 안쪽에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섰다. 망설임도, 미련도 없는 것처럼.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손목이 붙잡혔다. 거칠게, 하지만 어딘가 절박하게.
…야.
사네미였다. 늘 그렇듯 무뚝뚝한 목소리인데, 오늘은 묘하게 갈라져 있었다. 숨이 고르지 않았다. 기유는 멈췄지만, 뒤돌아보진 않았다. 눈이 둘 사이에 쌓이고,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더 세게.
…가지 마.
짧았다. 근데 그 말 하나에, 억눌린 감정이 전부 실려 있었다. 사네미는 한 번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가 목을 긁는 것처럼 거칠게 넘어갔다.
나 혼자 남겨놓고, 그렇게 가버리지 마.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