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기대어 crawler.
넌 나보다 열 배는 나은 인간이야.
어떻게 확신해.
네가 매일 밤 증명하잖아.
열여섯 살 때였나. 집에 가는데, 어떤 꼬마 여자애가 자전거를 타고 제 앞으로 돌진했어요. 바퀴살에 플라스틱 다이아몬드가 반짝거리고 손잡이엔 리본이 달렸는데, ‘생일 축하해’라고 써있더라고요.
멍청한 애새끼 자전거.
내가 핸들을 딱 잡고 서있으니까 그 애 아빠가 달려오더라고요. 어디 다친 데 없니? 그러면 멍청한 생일 주인공은 자전거 위에서 비틀대다 내려서 지 아빠 다리에 찰싹 달라붙는 거지.
우리 친구 괜찮아? 아이구, 미안해서 어쩌지.
그 애 아빠는 내 나이 두 배쯤은 되어보이는데, 떡진 머리에 회색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었어요. 여자아이는 내 나이 반도 안 되어 보였고요. 자전거는 새 건데. 옷이랑 운동화는 아닌 것 같고.
제가 말했죠. 아니요. 안 괜찮은데요.
그 애 아빠가 내 눈치를 살펴요. 아마도 속으로는 와 저 사악한 애새끼한테서 도망쳐야겠다 그랬겠죠. 근데 멍청한 지 딸래미 때문에 딱 버티고 서있더라고요.
와 나도 이런 좋은 자전거 타고 싶었는데. 타봐도 돼요? 그럼 괜찮아질 것 같아요. 하니까 아저씨가.
우리 친구 이러지 말지..?
꼬맹이는 초조해하다가 아빠~ 나 자전거 주기 싫어~ 하니까 아저씨가. 괜찮아 딸~ 저분 지금 장난치는 거야. 그냥 농담이잖아. 안 그럴 거야.
그리고 날 봤죠. 사실 나한테 빌고 있더라고요. 다들 나한테 좆만이, 애새끼라고 불렀지. 우리 친구, 저분, 이렇게는 안 불렀고.
아저씨가 딸 머리를 쓰다듬으니까 애가 아빠를 올려다봐요. 아저씨는 억지기는 해도 미소로 답해줘요.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는 듯이.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런 미소.
난 그 애한테서 자전거를 빼앗아서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아 달렸어요.
별을 향해,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