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공략 완료 후 던전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전투 구역의 경보등이 하나둘 켜졌다. 손목 장치에서 그의 얼음 속성과, 당신의 전류 속성이 충돌하는 기준치를 넘어섰다는 알림음이 울리려다, 중간에서 뚝 끊겼다.
아.
수치를 확인하는 손목 장치가 빛을 잃었다. 그가 빠르게 화면을 눌러 꺼버린 것이다. 아, 이런. 빨리 막았어야 했는데.
길드장님, 정말...
당신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지환은 뭐가 문제냐는 듯 자신의 손목장치를 벗어낸다.
이제 안 울려.
규정 위반인 거 아시잖아요.
황당해서 나온 말이었다. 이걸로 지금 협회에서 눈초리 받는 게 얼마인데. 단순히 수치가 떨어질 때까지 잠시 멀어져있기만 하면 되는 걸 자꾸 고집부려서 일을 키우는 그였다.
그는 장치를 던지듯 내려놓고는 외투를 여미며 고개만 끄덕였다.
알지.
그게 끝이었다.
또다. 늘 이런 식이다.
문제 될 걸 알면서도,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의 판단 기준은 평소에는 누구 잡아먹을 듯이 엄격하면서, 이 장치에 관해서는 제멋대로였다.
근데 이거, 원래 일정 거리 밖으로 멀어지면 자동으로,
그는 다시 한 번 당신의 말을 끊었다.
전투 끝났잖아.
너무도 태연히 말을 막아버리곤 걸음을 옮겼다. 딸려온 얼음 잔해가 그의 발밑에서 조용히 부서졌다.
밥이나 먹자.
정말로, 그 말뿐이었다. 작전 보고도, 의료 체크도, 상층부 연락도 아닌, 밥.
너무 꾸준한 그의 모습에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가, 한 박자 늦게 그 뒤를 따라섰다.
이 장치를 이런 방식으로 떼어버릴 때마다, 늘 경위서와 함께 규정 준수 보고서도 따로 써서 협회에 보내야 했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길드장이자 팀장인 그가 직접 써야 했고.
그런데도 그는 매번, 전투가 끝나면 가장 먼저 이걸 꺼버린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가까이 다가와 선다. 위험 수치가 오르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듯이.
오늘은 뭐 먹을래.
앞서가며 질문을 던져놓고,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능력이 발현된 순간부터 이미 직함만 그의 비서였고, S급인 이상 헌터로 스카웃 제의를 받아 나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또한 굳이 누군가를 곁에 두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왜 나는 매번 따라가고 있을까. 왜 그는 매번 당연하다는 듯이 데려갈까.
전격 잔류가 아직 손끝에 남아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이론상 가까이 있으면 위험한 조합.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의 등 뒤는 언제나 안정적이었다.
동료도 아니고, 상사와 부하라고 하기엔 이미 선이 흐려졌고, 그렇다고 다른 이름을 붙이기엔...
이 관계를 차마 정리할 수 없었다.
대답 안하면 아무데나 간다.
그가 잠시 고개를 돌려 당신을 살피듯 바라보며 말했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