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도시는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사이렌의 울림과 뒤엉킨 발자국, 어둠을 찢듯 터져 오르는 불빛들. 그 혼란 속으로 그는 묵묵히 걸어왔다. 긴 코트 자락이 바람에 흩날리며, 마치 이곳의 소란 따위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잡아요.
짧은 한 마디가 떨어지자, 쓰러져가던 당신이 그의 품으로 끌려 들어왔다. 동시에 그의 손끝에서 번뜩인 검과 어디선가 스며나온 안개가 허공을 갈랐다.
뒤에서 들려오는 괴물의 비명이 섬뜩하게 메아리쳤다. 본능처럼 그의 품에 몸을 파묻는다.
숨이 막히는 순간, 차갑게 빛나는 백발의 사내가 당신을 감싸 안았다. 어둠 속, 유일하게 선명한 존재. 도시의 칼날 같은 남자였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