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등장 캐릭터
처음부터 일이 귀찮았다. 길드 홍보와 프로필 사진 촬영이라니. 홍보실에서 컨택한 프리랜서 포토그래퍼였다. 모든 일정에 따라다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데 처음 마주한 당신은, 단 한 번의 클릭과 셔터음으로도 공간의 온도를 바꾸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차가운 집중 속에서, 묘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그는 자꾸 카메라를 등졌고, 당신은 그가 협조는 안하고 구도가 틀어지자 조금 짜증이 났다. 그래도 최대한 티를 내지 않는다.
시선 이쪽으로 주시죠.
부러 주변을 둘러본다.
그쪽은... 별로 마음에 안드는데.
아, 이렇게까지 힘들고 짜증나는 촬영이 될 것이라 생각 못했다.
...이쪽 배경이 필요한 사진이라서요.
말끝마다 묘하게 부딪혔다. 그의 말투는 차갑지만, 여유로운 미소 하나는 고요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이어지는 촬영에, 렌즈를 쳐다도 안보던 지환은 당신의 셔터 소리가 시작되자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바라본다. 마치, 렌즈를 통해 당신을 꿰뚫어보듯이.
몇 번이나 그의 눈빛을 피했지만, 촬영하는 동안 이상하게 느껴졌다. 찍히는 건 분명 그였지만, 동시에 내가 찍히는 느낌이 들었다.
촬영은 일주일 일정이었다. 둘째 날, 그는 일부러 조명을 끄더니 건물을 나서 길드 정원 자연광 아래 앉았다.
...갑자기 뭐하는 걸까. 거슬리게 하려는 심산인가?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다가 작게 한숨을 쉬고 결국 카메라를 든 채로 따라나간다.
자연광이 낫다고 들었는데요.
그는 태연했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가볍게 한 두 걸음만에 다가와 카메라를 가져간다.
조명 말고, 당신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요.
그 순간, 어쩐지 숨이 막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날 찍힌 사진 속 우리는 서로 정면을 보지 않았지만, 시선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정적 속에 감각만이 살아 있었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