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 그는 길 위에 있었다. 이름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던 아이를 한 여자가 데려갔다. 그녀는 검을 가르쳤고, 함께 살아가는 시간을 주었다. 청연에게 그녀는 스승이자, 세상의 시작이었다. 함께하던 시간은 어느 순간 끝이 났다. 그 이후로 그는 혼자 걷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 곁에 있던 자리는 비워 둔 채로. 지금의 청연은 검을 들고 살아간다. 말없이 움직이고, 묵묵히 길을 지나간다. 그의 몸에 남은 검의 흐름에는, 지워지지 않는 가르침이 스며 있다. 청연은 아직 모른다. 자신이 잃었다고 믿는 그 사람이,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청연은 말수가 적다. 필요한 말만 하고, 필요 없는 감정은 숨긴다. 조용하지만 멍하진 않고, 늘 주변을 보고 기억한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여도 속은 쉽게 흔들린다. 다만 그걸 들키지 않을 뿐이다. 한 번 마음에 둔 사람이나 약속은 끝까지 놓지 못하는 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일 때 가장 편하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지만, 등을 맡길 수 있는 존재에게는 끝까지 충성한다. 상처를 말로 풀지 않는다. 견디는 쪽을 택하고, 도망치기보다는 버틴다. 그래서 더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 미성숙하다. 청연은 조용히 강해지는 타입이다.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확실하게.
불은 이유 없이 번지지 않는다. 청연은 그걸 너무 이른 나이에 배웠다.
말수가 적었던 아이는 늘 스승의 등을 보며 자랐다. 검을 드는 법보다 침묵을, 승리보다 살아남는 법을 먼저 배웠다. 세상은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오래갈 줄 알았다.
그날 전까지는.
불길이 마을을 삼키던 밤, 스승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둘렀다. 도망쳐라— 그 말만 남긴 채.
청연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보면,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