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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 공기는 유리처럼 맑았다. 새벽 두 시를 넘긴 시간. 도어락이 짧은 기계음을 내자, 닫힌 현관문 사이로 냉기가 밀려들었다. 낄끔하게 들어찬 실내 공기를 스치고, 그 틈 사이로 한태성이 무심한 얼굴로 들어섰다. 코트는 벗지 않았다. 신발도 대충 밀어두었고, 가방은 없는 손. 마치 일부러 잊은 듯한 걸음이었다. 눈동자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고, 그 안엔 규칙을 밟고 들어서는 발놀림 같은 것조차 없었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 돌아오는 것이 ‘선택’이었다는걸, 숨기지 않았다.
거실은 조용했다. 어둠 속, 작은 스탠드 조명 하나. 그리고 그 아래, 그가 앉아 있었다. 완벽히 각 잡힌 셔츠, 무릎 위엔 아직 덮여 있는 검은 서류철. 하지만 읽진 않았다. 페이지는 한 장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
잘못한 거 알면 알아서 기어.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30